- 네 뭐 스포일러는 없구요. 리처드 플라이셔 감독의 1968년작이고 토니 커티스, 헨리 폰다, 조지 케네디 등 유명한 배우들도 많이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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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보스턴에서 1962년부터 혼자 사는 여성들을 노려 성폭행 후 목을 졸라 살해하는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경찰은 검거는 커녕 단서 하나 찾지 못한채 헤매기만 했고,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사건을 디테일하게 보도해대면서 시민들은 다 패닉 상태에 빠졌고... 그런 일이 있었다네요. 영화는 실존 인물들을 실제 이름을 써서 등장시켜가며 전개가 됩니다만. 후반으로 들어가면서 픽션이 많이 첨가되면서 현실보다 훨씬 극적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그러니 실화의 디테일을 좀 아셔도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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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마 역을 맡은 토니 커티스. 미남 배우로 인기를 끌었던 왕년의 탑스타셨죠)



 - 한국에선 봉준호 때문에 더 유명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영화 꼽아 보라는 질문에 몇 번 언급을 했었고 그래서 한국에서 이 영화 상영회를 할 때 봉준호를 부르기도 했었더라구요. 제가 갑자기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그 상영회들 중에 구로사와 기요시와 봉준호를 함께 불렀던 게 있었고 그 당시 나눈 대담을 기록한 걸 이제 읽었거든요. ㅋㅋㅋ 


 영화를 보다 보면 뭐랄까... 두 감독이 이 영화와 리처드 플라이셔에게 바치는 극찬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납득이 되진 않습니다만. 이 영화가 '살인의 추억'에 준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확신을 하게 됩니다. 봉준호 본인이 그렇게 말하기도 했지만 그게 그냥 예의상 한 발언이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는 거죠. 되게 비슷한 데가 많아요. ㅋㅋㅋ 살짝 오버해서 말하자면 '보스턴 교살자' 영화의 구성에다가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디테일을 집어 넣고 이야기를 돌리면서 한국풍+봉준호 본인 취향을 때려박아서 나온 영화가 살인의 추억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 그렇게 오버하진 않더라도 보는 내내 아, 이건 살인의 추억의 어떤 장면, 이건 살인의 추억의 어떤 설정!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 분명하구요.


 반면에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랑은 그렇게 닮은 구석을 못 찾겠더군요. 콕 찝어 말하자면 '큐어'가 이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글쎄요. 닮은 구석이 없는 건 아닌데 '살인의 추억'에 비하면 여러모로 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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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팀 리더 역을 맡은 헨리 폰다옹.)


 - 영화의 내용은 대략 3단계로 나뉘어집니다. 첫 단계이자 영화의 거의 절반 정도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보스턴 교살자'의 살인 행각을 보여주고, 그에 따른 경찰측의 대응과 수사 과정, 보스턴 시민들의 패닉 분위기를 보여주고요. 그 다음 절반의 절반 정도는 교살자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이 놈이 잡힐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그 뒤는... 엄밀히 말해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그냥 언급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거기서부터 실제 사건이랑 좀 달라지거든요.


 이 중 첫단계는 뭔가 다큐멘터리 내지는 재연 드라마 같은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살인자의 행동을 보여줄 때는 (일부러 얼굴을 꼭꼭 숨깁니다) 좀 스릴러 느낌도 나지만 어차피 연쇄 살인을 다룬 영화의 전반부인데 진짜로 스릴을 느낄 일은 크게 없죠. 암튼 이 부분은 좀 건조합니다. 그저 에피소드식으로 사건 하나, 특별수사팀 설치, 사건 하나, 시민들 패닉, 사건 하나, 본격적인 수사의 시작, 사건 하나, 용의선상에 올랐던 다양한 사람들 이야기, 사건 하나... 이런 식으로 흘러가요. 이 와중에 제일 큰 재미를 주는 건 엄하게 의심 받고 신고 당해서 경을 치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이구요. (살인의 추억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리고 막판엔 초능력자(!!)까지 출동을 하죠. ㅋㅋ


 그러다 이제 살인범의 얼굴과 이름, 집안 사정까지 드러내고 살인범의 행적을 본격적으로 쫓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스릴러가 돼요. 드디어 긴장감이라는 게 생겨나고 이야기가 급전개를 이루면서 잡힐 것인가! 빠져 나갈 것인가!! 과연 이번 목표물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걸 조마조마한 맘으로 지켜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역시 패스요. ㅋㅋㅋ



 -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건 화면 분할 테크닉입니다. 당시에 유행 비슷하게, 드물지 않게 쓰이는 테크닉이었다는 건 아닌데 이 영화에선 그게 굉장히 자주 쓰이고 그 중 상당수가 꽤 인상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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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신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이런 식으로 발견한 사람들의 충격을 좀 더 강렬하게 전달해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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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한 장면의 디테일들을 동시에 강조해서 보여줌으로써 긴장감을 살리기도 하죠.

 또 뭐 추격전에서 쫓는 자, 쫓기는 자, 전체 풍경을 한 번에 보여주는 식으로 재미를 주기도 하고... 암튼 되게 적극적으로 많이 쓰입니다.

 솔직히 가끔은 정신 사납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ㅋㅋ 대체로 효과적으로 잘 쓰였어요.

 그리고 막판으로 가서 이제 좀 관객들을 제대로 몰입시켜야할 부분에선 아예 안 쓰더군요. 한 군데만 집중하라는 거였겠죠.



 - 전체적으로 뭐랄까... 오락 영화라기보단 사회 고발 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닌데, 톤이 좀 그래요. 개인의 드라마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그냥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을 무덤덤하게 따라가는 느낌. 초반에 경찰측의 무력함을 길게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 용의자 수색 과정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편견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그렇구요.

 그래도 다행히도 살인자의 애틋한 사연 같은 걸 늘어놓진 않더군요. 현실의 보스턴 교살자는 어려서부터 극심한 학대를 받고 자란 케이스였거든요. 그런 내용은 1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영화가 굉장히 건조해요. 똑같이 경찰의 무능을 보여줘도 '살인의 추억'은 그걸 코믹하게 드러내는데 이 영화는 그저 '못 잡음. 계속 못 잡음' 만 계속해서 보여주죠. 어떻게 보면 무능하다... 는 뉘앙스도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상황이 그만큼 절망적이고 막막했다고나 할까. 그 건조함 때문에 사실 요즘 보기엔 좀 지루한 면도 있구요. 되게 재밌고 스릴 넘치는 영화를 기대하시면 절대로 아니됩니다. 왜 데이빗 핀처의 '조디악'에서 아무리 찾고 뒤져도 범인 단서가 안 나와서 다들 지치는 모습을 길게 보여주는 부분이 있잖습니까. 영화가 좀 그렇습니다. 거기에서 '감정'을 제거해버린 느낌이랄까. 



 - '살인의 추억'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살인범의 정체를 드러내고 그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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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쩡한 처자식이 있고 심지어 관계도 좋습니다.)


 근데 그게... 스포일러라서 설명은 안 드리겠지만 뭔가 좀 쌩뚱맞은 방향으로 갑니다. ㅋㅋ 모르겠어요. 그 시절에는 그게 나름 신선하면서 충격적인 장면이었을 수 있겠는데 지금 와선 너무 흔해져버린 소재라 별 감흥이 없고. 그 부분(?)에서 사용되는 몇몇 연출들은 신선한 느낌이 있고 또 막판에 롱테이크로 펼쳐지는 어떤 장면은 배우들의 열연 덕에 조금 감탄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그 방향 자체가 제게는 전혀 아니올시다... 라서 그냥 좀 쌩뚱맞은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대충 마무리할게요.

 봉준호 좋아하시고 살인의 추억을 좋아하시면 꼭 찾아서 보실만 합니다. 진짜로 노골적인 영향이 흘러 넘치는지라. ㅋㅋ

 근데 그 외의 분들에게는... 그게 좀 애매합니다. 만든 연도를 감안할 때 참으로 세련되게 잘 만든 영화이고 괜찮긴 한데 재미의 측면에선 좀.

 차라리 끝까지 다큐 분위기로 가면 어땠을까도 싶지만 실화의 내용을 생각하면 그게 그냥 블랙코미디가 되어 버리니 막판 전개를 창작해 넣은 것 같은데, 그게 요즘 기준으로 보면 좀 별로거든요.

 말하자면 '와! 저 시절에 이런 영화가!' 라는 감탄의 즐거움은 충분합니다만. 이야기 자체는 요즘 기준으로 많이 낡은, 그런 영화입니다.

 참 어중간한 감흥을 받아서 결론도 어중간해지는데 ㅋㅋㅋ 암튼 전 그랬습니다.





 + 실제 사건을 마무리 부분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결국 경찰은 범인 체포에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살인 사건이 끊긴지 시간이 좀 그른 뒤에 갑자기 감옥에 있던 성폭행범 하나가 '그게 나다!!!!' 라고 자백을 해요. 근데 조건이 희한합니다. 내가 자백할 테니 이 자백의 내용은 절대 재판에 쓰지 않는다고 약속해라. 였다네요. 그래서 그 놈은 살인 혐의로는 기소 조차 되지 않았고, 성폭행 혐의로만 재판을 받아 종신형(수백건이었답니다 ㄷㄷ)을 선고 받고 감옥 살이를 하다가 몇 년 후 다른 죄수에게 살해당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음모론이 있습니다. 일단 끝까지 그 양반은 관심병 증세가 심각한 사람이었고, 자기가 이 일로 책을 쓰게 해달라는 얘기도 했답니다. 덧붙여서 이 진범이라는 물증이 하나도 없었으며 심지어 세월이 흘러 유전자 감식이 도입된 후에 마지막 희생자의 유해에서 채취한 dna로 검사를 해 보니 이 양반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 얼른 범인을 잡아서 일을 끝내고 싶었던 경찰이 관심병 어그로 범죄자와 '기소 안 함'을 조건으로 딜을 한 거라는 거죠.


 또 범인의 유족들은 끝까지 그가 범인이라는 걸 믿지 않았으며, 그가 살해되기 하루 전 날 본인 변호사에게 연락해서 '사실 나 범인 아님. 이제 진실을 밝히고 싶음' 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고 다음날 교도소 내부에서 살해를 당한 건데, 웃기게도 범인은 못 잡았습니다. 음모론이 나올만도 하죠.


 뭐... 근데 어쨌거나 이 놈이 체포된 후로 다시는 보스턴에 비슷한 사건은 없었다고 하니 일단 음모론은 음모론인 걸로 하고,

 영화에서 헨리 폰다의 의해 멋지게 묘사된 특별 수사팀장은 사실 논란이 많았던 인물이라고 하네요. 원래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걸 경찰 측에서 걍 자기 친구 꽂아넣은 거라 문제였고. 결국 체포된 놈의 자백을 지나칠 정도로 다 믿고 넘기는 등 이 사건이 찝찝한 뒷맛을 남기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셨다고...



 ++ 살인범 역을 맡은 토니 커티스는 먼 훗날 한국의 드라마에 출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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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에서 야심차게 만든 대작 드라마였는데 폭망했다... 고 하는데 정말 폭망했나봐요. 방영 시기가 1994~1995인 걸 보면 제가 기억을 할만도 한데 정말 전혀 아무 기억이 안 나거든요. ㅋㅋㅋ 옥소리, 염정아, 김혜자, 김혜선, 김자옥 등 출연진도 화려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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