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7 15:01
그 의도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런 글을 쓸만한 사람인 것을 납득했다'가 '응 너 개새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의미일 것 같은 기분에 좀 부연해야 할 필요를 느껴 짧게 씁니다.
제 입장은 피해자 중심주의는 '본질적으로' 남용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이로 인해 피고의 권리는 쉽게 짓밟힐 위험 또한 상존하므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범죄의 특수성으로 인해 객관적 증거에 입각하여 판단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명백한 오판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것도, 그 유무죄의 판단을 내리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어떤 시스템을 택하더라도 오판의 가능성은 상존합니다.
객관적 증거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원고 일방의 주장에 입각한 판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오판을 낳는다 단언할 수도 없을 거예요.
그러니 만일 그로 인해 부당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국가가 책임을 무겁게 지는 것으로 최소한의 균형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 보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이같은 보완장치 없이 '피해자의 목소리가 증거'라 윽박지르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면서 피해자 중심주의의 취지를 훼손하고 그 정당성이 의심받게 된 부분도 없지 않을 겁니다.
뭐 그렇게 흘러간 경위도 이해는 갑니다만..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둘 수는 없겠죠.
한국 사회가 사법적 오판이나 멍청한 정책과 같은, 공권력에 의한 개인의 피해를 정당하게 보상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결합하면서 이같은 오판이 치명적일 뿐 아니라 회복조차 불가능한 피해를 입히곤 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상상된 기우로 치부할 수는 없을 거예요.
다음 두 기사는 사법기관의 오판으로 인한 개인의 피해가 어떻게 달리 취급되는지 보여주는 한국과 미국의 최근 사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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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1/05/470756/
미국에서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30년 넘게 옥살이를 한 흑인 형제에게 배심원단이 847억 원에 이르는 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 14일 재판에서 형제 사이인 해리 매컬럼과 리언 브라운에게 각각 3천100만 달러의 피해 보상금을 포함해 총 7천500만달러(약 847억원)의 지급을 명령했다.
3천100만 달러는 억울하게 복역한 기간인 31년 동안 1년에 100만 달러씩 보상한다는 취지다.
여기에 징벌적 배상금 1천300만 달러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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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4122431
... 미성년자 성폭행범으로 지목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인물에게는 징역 6년이, 나중에 잡힌 진범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법원이 같은 사건에 이같이 다른 잣대를 들이댄 건 반성과 자백 여부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재판부는 지난달 18일 미성년자 여성 상습 성폭행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11개월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1억9000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수사의 미흡한 점은 있지만, 책임을 물을 정도의 잘못이 없다는 이유였다.
...
그는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준 것은 수사기관도 사법기관도 아닌 딸인 저"라며 "(억울한 옥살이의 책임소재에 대해) 경찰은 검사에게 죄를 넘기고, 검사는 법원에 넘겼으며, 법원은 그저 유감이라고만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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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박원순 피해자와 조동연 씨를 바라보는 제 시각에 큰 온도차 혹은 편향이 있다 생각하실 지도, 또 그게 민주당에 대한 제 혐오에 기인하는 것이라 여기실 수도 있겠으나..
저는 그저 입증책임이 따르는 진술이 더 신뢰할만 하다 여길 뿐입니다.
2021.12.07 15:27
2021.12.07 15:36
사법기관의 작용은 법률에 의해 구속되고, 그 법률의 제개정에 책임이 있는건 국회와 정부입니다.
예산도 그래요, 형사보상 예산은 매년 부족합니다. 이유가 뭘까? 아마 그런 일에 돈을 쓰고싶지 않은 거겠죠. :)
이게 사법기관만 탓할 일일까요? :)
2021.12.07 15:38
그렇죠.. 이래 저래 따지면 나쁜놈 어디있습니까. 다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지.
2021.12.07 16:00
듀게에서 누구든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그에 대한 반론을 펼칠 수 있는데
굳이 글 쓴 사람을 이러이러한 사람으로 낙인 찍는 댓글을 다는 건
그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목적의 글인 거죠.
다만 그런 댓글이 달렸다면 내 글의 어떤 점이 이 사람에게 이런 댓글을 달고 싶게 했을까
한 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타락씨 님의 글이나 댓글에도 은근히 조롱과 비아냥이 숨어있거든요.
참고로 '조롱'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비웃거나 얕보고 놀림'이고
'비아냥'의 사전적 의미는 '얄미운 태도로 비웃으며 놀림'입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조롱에는 조롱으로, 비아냥에는 비아냥으로 돌려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
만약 타락씨 님이 누군가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셨다면
자신도 누군가에게서 조롱과 비아냥을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타락씨 님 오랜만에 오셔서 반갑습니다. ^^
2021.12.07 20:09
2021.12.07 16:07
사법적 오판에 대해서 국가가 무거운 배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거에 반대할 사람이 있나 싶네요. (예산짜시는 분들 빼고요.) 그런데 그게 피해자 중심주의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피해자중심주의는 어디까지나 피해자의 입장에서 한번 더 사건을 바라보라는 이야기일 뿐이지요. 명확한 물증이 없는 사건에서 양쪽의 증언과 정황을 따져 판사가 판결을 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사기죄에는 없는 피해자 중심주의 개념이 유독 성범죄에서는 나오게 된 이유는, 지금까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대부분 남성인 판사가 여성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결을 내려 왔기 때문인거고요. 이론적으로 피해자 중심주의가 문제있는 개념이라는 건 여성계 내에서 10년도 넘은 논의입니다. 당장 조금만 검색해보시면 권김현영 교수나 정희진 씨 등의 글이 나올겁니다. 다만 정희진 씨는 이런 개념을 주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현재 얼마나 여성의 지위가 얼마나 낮은지 보여 준다고 말씀하시죠. 바로 얼마 전에도 감자탕집에서 상대 접시에 고기를 넣어줬다는 이유로 성관계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는 1심 판결이 있었죠. 과연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과도한 피해자중심주의가 정말 사법적 오판을 늘리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런데 이글의 출발점이 된 아래의 글과 이 내용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이 사건(?)에서 혐오하시는 민주당의 잘못을 지적하신다면 동의하실 분이 더 많을 것 같은데, 갑자기 조동연씨의 주장 자체에 대해 의심을 표하시는 것으로 보였거든요. 그 근거가 기껏 지인들 사이에서 불륜녀라는 따가운 시선을 견디는 상황과, 전국민이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자신을 불륜녀로 알고 있는 상황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셔서였고요. 심지어 결론으로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공개해서 그 가해자와의 진실공방을 전국민 앞에서 벌이라고 강요시니 반대 의견이 많이 달릴 수 밖에 없죠. 가해자를 특정하지 않아 억울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이건 한 사람 인생을 가지고 하는 정치 놀이 그 이상 이하도 아니지요. 지금 너의 주장이 내가 싫어하는 민주당에게 정치적 이익을 주고 있으니, 너랑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나도 너의 말이 진실인지 반드시 확인해 봐야겠다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어차피 믿을 사람은 믿고 안믿을 사람은 안믿을 테고, 그분은 사퇴하셨으니 그냥 한 시민으로 생활하실 수 있게 남의 사생활에 신경 좀 안썼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민주당 지지자에게도 똑같이 하고 싶은 말이고요.
2021.12.07 20:45
2021.12.07 23:43
사법부의 오판이 늘어났다라고 하려면, 피해자 중심주의 덕분에 바로 잡아진 판결의 수와 잘못된 판결의 수를 비교해봐야 알 수 있겠죠?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경우와, 성폭행을 당하고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해자만 사회에서 매장된 경우 중 어느 것이 많을까요? 물론 한 사람 한 사람의 케이스를 이렇게 통계로 퉁쳐버리는 건 끔찍한 일이긴 합니다만, 이런 문제는 결국 "100% 확실한 물증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과 "피해자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신뢰"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결정할 수 밖에 없거든요. 여기서 열 사람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단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되느니 운운하는데, 이 원칙을 위해서 있었던 성폭행 10건을 무죄라고 땅땅 치는 순간, 10명의 피해자는 꽃뱀으로 몰리고 사회에서 매장되고 삶이 망가지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걸 잊어선 안되겠지요.
구구절절 말씀을 길게 하셨지만 결국 성폭행이란 사실은 없었는데 민주당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조동연씨 가족에게 큰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심지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폭행이라는 거짓을 꾸며냈다라는 김어준식 음모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요. 이 음모론이 조금이라도 설득력을 가지려면, 최소한 성폭행이 실제로 있었을 경우 이를 지금까지 숨기고 있다가 이 시점에 공개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라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가해자 특정에 집착하시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이 설득력이 좀 떨어지네요. 지금까지는 성폭행 사실을 숨겨왔지만, 전국민에게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리고 자녀의 신상까지 공개가 되어 비난받고 있는 상황에서, 차라리 이 사실을 공개하는 편이 자신과 자녀의 사회적 평판 면에서 낫겠다는 판단이 이상하지 않거든요. 이 결정에서 가해자의 처벌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보이고요.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페미니즘 성과가 폄훼된다는 건 참 신박한 이야기네요. 어쨌든 말씀하신 그 개막장으로 가는 데 바로 이런 식의 의견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2021.12.08 12:14
2021.12.07 21:40
해당 댓글을 쓴 사람으로서 좀 죄책감이 느껴지네요. 변명을 좀 하자면, 저는 박원순이 도피성/2차가해성 자살을 저질렀을 당시의 타락씨님의 글들을 훑어 읽고서 지레 저와 동일한 가치관을 가졌을 것이라 짐작했던 것이었어요. 그리고 타락씨님의 반박을 보고 다시 몇몇글을 읽고는 해당 본문의 태도가 그간 타락씨님이 보였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이런 글을 쓰실만한 분"이라 언급한 것입니다. 물론 이번 글 역시 아주 타락씨님이 쓰실만한 글이라고 생각하고있고요. 심지어 본문은 대체로 동의합니다. 전의 이야기와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타락씨님이 (일부)민주당 지지자들보다는 좀 낫네요. 그분들은 피해자를 대변한 변호사의 발언에 대한 "신뢰할 근거"여부를 의심했지만 타락씨님은 피해자를 대변한 소속정당의 입장문에 대해서 의심하고 계시니까요. 민주맨들과 뭐가 다르냐는 전의 비난은 과도한것 같아 철회하겠습니다. 죄송해요.
2021.12.07 23:10
오해하신 것 같다... 고 댓글을 달려고 생각하고 보니 이미 Lunargazer님께서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근데 전 타락씨님 글 옛날부터 좋아해서 뭐 하나 적으실 때마다 반가워하는데요. 공감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 저보다 훨 똑똑하시면서 생각해볼만한 글 써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동시에 늘 좀 오해받기 쉬운 스타일로 글을 쓰신달까. 그런 느낌도 있습니다. 이 글은 아니구요, 저번 글은 살짝 그랬어요. 뭐 타락씨님이 그동안 보여주신 입장들을 생각하면 오해하기가 어렵겠습니다만, 게시판 유저들이 모두 그걸 인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2021.12.07 23:34
2021.12.08 13:24
2021.12.08 21:32
아마 모든 사람은 각자 처한 환경에서 자신의 의사가 가장 잘 관철될 수 있는 표현 방식을 습득해 왔을 거예요.
타락씨 님이 처한 환경에서는 타락씨 님처럼 표현하는 게 아마도 가장 인정 받는 표현 방식이었을 테고요.
제 경우에는 아마 제 삶에 그리고 듀게에서의 생존에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말하고 있을 거예요.
'웩'이나 '일베' 같은 표현을 쓰신 분들께는 그런 표현 방식이 자신의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을 돌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어요.
(천하의 타락씨 님을 '웩' 단 한 글자로 정 떨어지게 하는 즉각적인 효과가 있었잖아요. ^^
'일베' 관련 댓글도 딱 한 줄로 타락씨 님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죠. 사실 저도 그런 표현들을 보고 기분 나빴거든요.)
그런데 어쩌면 그 분들에게 그런 표현 방식은 온라인/오프라인 싸움에서 버티기 위해 필요한 것일 수도 있어요.
타락씨 님의 표현 방식이 논리적 공격을 가하는 총이라면 '웩', '일베' 같은 표현은 총으로 공격하는 사람을 쫓아내기 위해 순식간에 독가스를 살포하는 화학무기라고 할 수 있겠죠. 총이 없는 사람이 살려면, 혹은 총은 있지만 사격 솜씨가 별로거나 단시간에 싸움을 끝내고 싶다면 독가스를 살포하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어요.
싸움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타락씨 님이 총을 잘 쏜다고 상대방에게도 총을 들고 싸워야지 화학무기 쓰면 안 된다고 하는 건 불공평한 룰이죠.
상대방이 총을 잘 못 쏠 경우 그건 타락씨 님의 생존에 유리한 방식이잖아요.
물론 그런 거친 표현 방식을 사용하면 싫어하는 사람을 쫓아내는 데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좋아하는 사람을 가까이 오게 할 수는 없죠.
좋아하는 사람까지 한꺼번에 쫓아내는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표현을 쓴다면 그 분들에겐 또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물론 총을 쏘는 방식도 부작용은 있어요. 요리조리 총을 쏴서 상처를 입히면 총을 잘 못 쏘는 상대는 결국 화학무기를 꺼내들게 되거든요.
그러면 그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먼저 총을 쏜 사람이 화학무기 쓴 사람보다 더 나쁘다는 말을 하게 되죠.
여기까지 쓰다가 이 글로 기분 나빠진 타락씨 님과 '웩'과 '일베'를 쓴 분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해 저에게 총과 화학무기로 총공격을 개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괜한 글 쓴 것 같기도 한데... 논리적 표현 방식이라는 무기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수준으로 공유될 수 없다면 과연 그것만을 논쟁의 무기로 제한하는 것이 공정한가에 의문이 생겨서 몇 자 (가 아니라 수백 자) 적었어요.
P.S. 저에겐 이상한 욕망이 있는데요. 어떤 기분 나쁜 상황을 기분이 나쁘지 않은, 제가 이해할 만한 상황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욕망이에요.
제 욕망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만약 다른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맞아야겠죠. 총...
하지만 우리나라의 검사, 판사님들은 워낙 대단하신 분들이라 자신들의 오판에 대해 절대 사과하지 않으실뿐더러 그 권력을 더 즐기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