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이네요. 2년 묵었고 곧 3년 될 영화! 장르야 말할 필요도 없겠고 런닝타임은 2시간 9분. 스포일러는... 영화 시작하고 3분 46초경에 나오는 "중요한 장면"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극초반에 나오지만 분명 중요한 부분이니 스포일러를 아예 피하고 나중에 보고픈 분들은 이 글을 읽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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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공식 포스터부터 B급 냄새가 너무 강렬하지 않습니까?)



 - 오랜 세월 끝에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에 참여했고, 2편에서 바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듯이 2편 사라 코너의 정신과 상담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핵 터지고 사람들 불에 타고... 이러다 우리들 다 죽어!!! 가 끝나면 2편 끝난 후의 사라 코너로 넘어가요. cg의 힘으로 그 시절 비슷한 비주얼의 사라 코너가 그 시절 비주얼의 존 코너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듯 하더니... 그 시절 비주얼의 아놀드 아재가 나타나서 샷건으로 존 코너를 날려 버립니다. 우워워ㅜㅇ워아앙!!!! 하는 사라 코너의 모습과 함께 페이드 아웃.


 이제 본편이 시작되면 뭐... 전통적인 터미네이터 스타트입니다. 한밤중에 갑자기 빠직빠직하며 (왜 낮에는?) 빛나는 구체가 생기고. 헐벗은 남성 한 명, 헐벗은 여성 한 명이 떨어져서 마침 주변에 어슬렁거리고 있던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옷을 구한 후 할 일 하러 다니는 거죠.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엔 남성이 악당, 여성이 구원자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목표는 '다니 라모스'라는 젊은 멕시코 여성이구요. 이후는... 음. 뭐 그냥 평소의 터미네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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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인 듯 주인공 아닌 듯 참 애매한 포지션에다가 존재감도 흐릿했던 우리 다니찡....)



 - 원래대로라면 위에 적은 3분 46초경의 스포일러에 깜짝 놀랐어야 하겠습니다만. 뭐 이미 이런저런 커뮤니티 글들로 알고 있어서 놀랄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신선한 부분이 있었다면 굳이 CG까지 써가며 에드워드 펄롱 비주얼의 소년을 등장시킨 후 아무 존재감 없이 바로 죽여 버렸다는 거겠죠. 그 의도와 전개와 기타 등등 모든 부분을 이해합니다만, 동시에 이 장면에 충격받아 영화에 저주를 퍼부어댄 팬들이 많았던 것도 이해는 갑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결국 '40년간 해왔던 그거 이제 그만하고 새로운 판으로 가자'고 선언하는 영화이고 그 핵심이 되는 장면이었던 거죠. 그래서 일부러 그렇게 그 시절 비주얼들을 그려내가며 충격을 준 게 아닐까. 뭐 그런 의도로 짐작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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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는! 여성 상위 시대!!! 라던 세기말 문구들이 떠오르는 사진이네요. 홍보용 사진들 퀄이 왜 이래...)



 - 위에서 언급한 그 장면은 동시에 꽤 큰 떡밥이 되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가 2편에서 바로 이어진다는 걸 감안하면 분명히 스카이넷은 저지 되었는데 아놀드형 터미네이터는 또 어디에서 나타났으며 그 녀석은 왜 또 굳이 존 코너를 노렸는가. 이것 자체도 미스테리인데, 본편 시작되고 나니 이번엔 스카이넷이 아닌 인공지능이 과거로 터미네이터를 보내 사라 코너도 존 코너도 아닌 영 쌩뚱맞은 여자애를 노린단 말입니다. 근데 그 현장에 또 갑자기 사라 코너가 홀연히 나타나서 막 활약을 하구요? 도대체 미래는 어떻게 되어 버린 것이고 사라 코너는 어떻게 되어 버린 걸까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스토리 속에서 과연 아놀드 할배는 무슨 핑계로 튀어나와서 어떤 이유로 주인공 편에 서게 될까요? 등등등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상당히 많은 떡밥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스토리에요. 아마 각본가님이 이야기 쓰면서 스스로 뿌듯해서 으쓱으쓱하시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들구요.



 - 또 그렇게 파격적으로 스타트를 끊으면서 개척한 새로운 길은. 뭐 적절하다 하겠습니다.

 40년 가까이 묵은 낡은 컨셉과 이야기를 21세기 버전으로 개척하려는 시도였던 거죠. '스타워즈' 시퀄 3부작이랑 비슷하게요. 

 그래서 핵심 인물을 여성으로 바꾸었고, 인종도 나름 다변화 하였고. 시리즈 전통의 아이콘에게도 정중하게 작별을 고하고 뭐 그랬죠.

 특히 그 오랜 세월 이야기의 중심이었던 '성모 전설'을 끝장내 버린 건 이제라도 참 잘 했다고 칭찬 들을만한 일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러면서 이야기가 특별히 망가지거나 한 것도 없어요. 자꾸만 여기저기서 이 영화가 PC 때문에 망했다느니 그런 얘길 하던데. 말이 좋아 PC 때문이지 결국 여성 캐릭터들 비중 얘기잖아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카일 리스는 과연 그렇게나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였나요. 여자들 말고 다른 남자들이 중심을 맡았던 다른 터미네이터 영화들은 이것보다 완성도가 특별히 높았나요. 사실 이 영화가 그렇게 막 여캐들만 띄워주는 영화였다고 생각하기도 힘들어요. 결국 가장 멋진 마무리는 시리즈 터줏대감인 아놀드 어르신께서 맡아 주시고요. 린다 해밀턴의 사라 코너는 PC를 위해 추가된 게 아니라 레전드 명예의 전당 멤버로 참가했다고 봐야 하구요. 구출 대상은 원래부터 여성이었고. 그저 카일 리스 역할이 여성으로 바뀐 것 뿐이고 그것 때문에 이야기가 어그러지거나 망가진 건 하나도 없죠. 게다가 애시당초 카메론 영감님은 힘 세고 튼튼하고 강한 여성 덕후로 유명하셨던 분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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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이러던 시리즈였건만 뭔 페미가 묻고 PC가 묻어서 망했다느니...)



 - 근데 아... 음. 그게 뭐랄까. 결국 저도 이 영화를 상당히 덜 재밌게 보긴 했습니다. ㅋㅋㅋ

 전에 '제니시스' 후기를 적으면서 했던 얘기의 복붙급 반복이라 좀 그렇습니다만. 제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낀 건 그냥 이거였습니다.


 ...이 떡밥 다 쉬었어요. 더 이상의 재활용은 Naver.


 위에서 말한대로 성심 성의껏 21세기 패치를 덮어 씌워도 어차피 이야기의 얼개는 그대로입니다. 사악한 인공 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키고 메시아처럼 나타난 인간군의 지도자와 그 인공 지능이 과거로 전사들을 보내서 벌이는 한판 승부. 이거구요. 이게 이제는 정말 너무 식상한 겁니다. 아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기껏해서 초월적 지능과 능력을 손에 넣은 인공지능이 하찮은 인간 세상 정복 따위나 시도하고 앉았나요. 그리고 그 소중한 타임머신은 왜 언제나 늘 똑같은 용도로만 사용되구요.


 액션의 스타일도 변하지가 않습니다. 허약한 인간들 & 구형 로보트가 겁나 짱 세고 맷집 끝내주는 최신 로보트에 맞서 싸우는 거죠. 어디에 숨든 벽을 펑펑 터뜨리며 나쁜 놈이 나타나면 다 함께 일점사 하고, 그럼 그 악당이 잠깐 비틀거리는 척 하다가 다시 정색하고 후다닥 달려오면 으아아앙 저리가 이 그지야!!! 라면서 두들겨 맞고 구르고 베이고 하다가 아놀드가 한 방 날리고, 다음엔 허약 인간이 샷건 한 방 날리고...


 여기에서 또 치명적인 게 카메론 일생의 아이디어 아니었나 싶은 2편의 액체 금속 터미네이터입니다. 이 얘기 듀나님도 하셨던 것 같은데, 이게 넘나 최신이고 끝내주고 폼나고 유용해서 이것보다 혁신적으로 폼나고 강력해 보이는 터미네이터의 아이디어가 안 나와요. '제니시스'의 터미네이터도, 이 '다크 페이트'의 터미네이터도 결국엔 다 T-1000의 업글 버전 정도라는 느낌일 뿐 T-1000을 처음 목도하던 순간의 그 임팩트는 발가락 근처까지도 못 따라가죠. 심지어 그걸 연기한 배우들의 카리스마까지 채점표에 넣는다면 그냥 영원히 로버트 패트릭 T-1000의 압승입니다.


 암튼 진짜 원작의 그늘을 벗어나서 뭔가 획기적으로 새로운 루트를 뚫지 않는 이상 디테일 좀 손보는 식으로 내놓는 신작은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좋은 영화가 되긴 무리다... 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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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들이 아무리 날고 기고 심지어 둘로 분신술을 써도 패트릭 아저씨는 못 이겨요...)



 - 거기에다가 그냥 이 영화의 완성도 자체에도 아쉬움이 많습니다. 

 일단 캐릭터들의 드라마가 잘 안 살아요. 각자 다들 되게 절실하고 애절하긴 한데 거기에 공감될만한 밑밥이나 사건들이 부족한 채 그냥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달리는 느낌이구요. 

 그렇게 허겁지겁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이야기가 헐겁습니다. 국경 넘기라든가, 아놀드와의 재회라든가 뭔가 부분부분들은 괜찮은데 그 연결이 느슨한 느낌이에요. 오히려 '제니시스'가 더 타이트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뭐(...)

 또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유머였네요. 분명히 노린 개그씬들이 짧게 짧게 계속 들어가는데, 그게 뭐랄까. '과연 이게 웃기... 려나?' 라는 느낌으로 수줍게 튀어나와서 황급히 퇴장하는 느낌. 이 역시 '제니시스' 쪽이 훨씬 나았네요. 특히 아놀드 할배 등장 씬에선 두 영화가 비슷한 류의 개그를 많이 치는데 '다크 페이트'의 개그들은 재미가 별로였어요. 아예 그냥 쳐내고 진지하게 가버리는 게 나았겠다 싶을 정도.

 그리고... 심지어 음악 사용도 뭔가 게으르고 부실하고 그렇습니다. 브래드 피델 일생의 역작인 그 '콰쾅! 쾅! 콰쾅!!!' 하는 테마를 대여섯번 이상 써먹는데, 그 때마다 너무 뻔한 타이밍에 뻔하게 흘려보내서 혹시 이거 음악 개그인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네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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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액션씬도 이젠 더 이상 멋지지 않단 말입니다요.)



 - 물론 좋았던 점도 있어요.

 어쨌거나 오랜만에 등판하신 원조 사라 코너님은 연기력이네 뭐네 이런 걸 떠나서 그냥 반가워서 좋았구요. (특히 샷건 쓰실 때. ㅋㅋㅋ)

 멕킨지 데이비스는 그냥 제가 호감이 있어서 좋았구요.

 액션은... 뭐랄까. 좋기도 하고 별로이기도 하고 그랬는데 괜찮은 느낌도 있었어요. 특히 막판에 주인공들이 불쌍한 터미네이터를 다굴다굴하는 장면은 괜히 맘에 들었...

 가장 좋았던 건 의외로 아놀드 터미네이터 이야기였습니다. 일 다 끝내고 할 일 없어진 인공지능은 뭘 해야 하나? 라는 그동안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기에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이야기였는데. 뭐 되게 나이브한 이야기이긴 해도 좋았어요. '차라리 이걸로 티비 시리즈를 만들지?'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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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피부는 낡아서 노화된 거라 쳐도 체구가 줄어든 건 어떻게 설명하려나... 라는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ㅋㅋ)



 - 대충 정리하겠습니다.

 (((((제 기준))))으로 이 시리즈는, 적어도 이 떡밥은 쉬었습니다. 뭔가 더 만들고 싶으신 분들은 제발 새 길을 파주세요.

 하지만 저처럼 이 떡밥에 질리지 않으신 분들 입장에서도 뭔가 애매한 점이 있는 작품일 겁니다. 물론 재밌게 보실 수도 있고, 쌍욕을 하며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느 쪽이든 간에 특별히 후속편이 기대되진 않는다... 는 분들이 압도적인 다수가 아닐까. 라고 제 맘대로 넘겨 짚어 봅니다. ㅋㅋㅋ




 + 아시다시피 흥행이 망해서 손익 분기를 한참 못 넘겼죠. 카메론과 이 영화 감독은 개봉 후 성과를 두고 서로 니 탓이라며 혈투를 벌인 듯 하구요. 아마 이 영화에서 이어지는 내용의 속편은 못 나올 것 같지만... 그래도 언젠가 누군가가 또 속편을 기어이 만들어내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레전드 시리즈의 운명이죠. ㅋㅋ 근데 전 정말 속편은 됐고 임무 마친 T-800이 인간 세상에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나 만들어줬음 좋겠어요. 그건 상당히 재밌을 것 같습니다.



 ++ 이야기 초반부터 중반까지 우리 미래의 구세주님께서 당하는 일들을 보고 있으니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의 신지군 생각이 나더군요. 갑자기 이런 저런 비현실적인 놈들이 마구 튀어나와서 난리를 치고 그 와중에 주변 사람들 다 죽어 나가고 본인도 피를 보는데 왜 때문에 다들 이유를 안알랴줌... ㅠㅜ 



 +++ 찾아보니 이런 짤이 나와서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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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너무 반가우셨던 겔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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