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잡담

2021.12.31 12:41

타락씨 조회 수:686

설강화에 858기 폭파사건 같은 대형 테러가 등장하게 될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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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강화가 묘사하는 80년대, 그리고 87년은 실제 역사의 충실한 반영이 아님.
역사왜곡이라 비판하는 이들이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이들이나 이 지점에는 쉽게 동의할 것.

정보기관과 스파이가 등장하는 대체역사물에서 배경이 되는 남북의 냉전적 대립 묘사는 필수적.
이 묘사가 관객에게 설득력 있는 사회상을 전달하지 못한다면 (자꾸 언급하게 돼서 좀 미안할 지경인데) '전지구적 물 부족 사태' 같은 꼴이 되는 것. 진지하게 다룰 대상이 아니란 얘기.

90년대 이후의 해빙무드와 주류 정치세력의 교체로 인해 언급되지 않는 것 같지만, 80년대까지의 남북간 대립은 격렬한 것이었음.

'왜 하필 87년인가'를 묻는 이들이 많던데, 나 역시 같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음.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 저 858기 테러.

나라면 배경을 4년 정도 앞당겨 아웅산 테러에서 이야기를 시작했을 듯. 이쪽이 훨씬 개연성있고 흥미로운 인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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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저 드라마가 87년의 사회상에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고, 현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 또한 갖고 있었다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뤘을 것이라 생각함.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막연한 인상과 달리, 당시 공안사건을 주도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것은 경찰이었음. 지금도 '다락방 리볼버' 한마디에 영장 없이 가택에 무단침입하는 그 경찰이고, 수사권 조정으로 과거의 입지를 회복하게 된 바로 그 경찰임.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 검찰제도는 공권력에 대한 견제기구이자 인권기구로 도입된 것.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그 바람직한 작동의 한 예라 하겠음. 이같은 기구가 그 취지에 부합하도록 작동하기 위해서는 권력으로부터의 중립성이 요구되고, 이게 조국 사태 이전까지의 '검찰 개혁'이 의미하는 것이었음.

문재인 정부들어 벌어진 일련의 '개혁'들은 중앙집권적 권력의 강화를 지향하고 있음. 사정기구인 공수처가 도입되고 경찰의 권한이 확대되는 동안 검찰의 견제기능은 약화되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음. 이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 당선 예정자께서는 대통령 직속의 기획예산처를, 민주당은 사법개혁 시즌2를 예고하고 있음. 그 지지자들은 사법개혁 다음은 언론개혁이라 울부짖고 있는 중.

촛불 이전으로의 회귀? :) 그 지점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나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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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드라마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그냥 못만든 드라마'일 것. 작가과 제작진이 역사에 무지하고 무관심하다는 건 아마 사실일 테지만, 저들이 수정주의자들이고 드라마를 통해 역사를 왜곡하려 한다는 주장은 억지.
고요의 달을 반지성주의자들의 음모라든가 '물은 답을 알고있다'라 주장하는게 억지인 것과 마찬가지.

'왜곡' 여부를 떠나, 프로파갠다로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자 했다면 저렇게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

nl애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이 쓰는 선전 수단과 기법을 그들의 고유한 전유물 쯤으로 인식하는 것. 나꼼수와 가세연의 예처럼, 동기만 갖춰지면 반대편에서도 선을 넘는 놈들이 나오게 마련이고 이를 막을 방법은 없음. 그리고 보는 것처럼 걔들도 잘 함. 능력이 안돼서 못하는게 아니란 얘기고,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 것'에 가까움.
역사의 변증법적 발전에는 심하게 회의하지 않을 수 없으나, 작용이 반작용을 부른다는 것 정도는 의심하기 어려운 사실. 어떤 멍청한 드라마에 프로파갠다의 혐의를 씌워 땅에 묻는 작은 승리가 불러올 후과는 작지 않을 것임.

아, 물론 언론개혁까지 완수한다면 걱정없겠지. 수고들 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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