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부탁 (2017)

2018.04.19 01:18

DJUNA 조회 수:7050


이동은의 장편영화 두 편이 올해 연달아 개봉되었지요. [환절기]와 [당신의 부탁]요. 이 두 영화는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인 남자 때문에 낯선 남자와 얼떨결에 엮이게 되는 여자 이야기요. [환절기]에서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의 남자친구와 유사가족 관계를 맺게 된 엄마 이야기이고, [당신의 부탁]은 시댁에 있던 죽은 남편의 아들을 맡아 키우게 된 여자 이야기죠.

조금 더 자세히 줄거리를 읊는다면 [당신의 부탁]의 주인공은 보습학원 강사인 효진입니다. 자세히 언급되지는 않지만 남편은 2년 전에 죽었고 그 뒤로 혼자 살아왔지요. 남편의 아들 종욱은 어렸을 때 몇 번 만난 적 있는데, 남편과 시부모 모두 그 애를 떠맡길 정도로 염치가 없지는 않았던 거죠. 그런데 시댁 상황이 나빠지자 효진이 그 아이를 떠맡을 유일한 사람이 됩니다. 남편이 죽었으니 더 이상 연결고리도 없어요. 하지만 효진은 얼떨결에 종욱을 데려옵니다.

[환절기]도 그랬지만 차분하고 담담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깨끗하고 아담한 동네에 사는 조용하고 차분하고 예의바른 사람들이에요. 영화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주변을 끈적끈적 지저분하게 만드는 작업엔 관심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쓸데없는 과장없이 이렇게 맺어진 관계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성실하게 그리는 데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지요.

둘을 줄세워 비교하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전 [당신의 부탁]이 [환절기]보다 조금 더 좋았어요. 비슷한 이야기지만 [환절기]의 설정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이전에 만들어진 비슷한 이야기를 찾게 되지 않습니까. 찾아보면 또 걸리고요. 하지만 [당신의 부탁]을 볼 때는 고정된 이야기의 틀엔 큰 신경을 안 쓰게 됩니다.

대신 관객들은 모성이라는 주제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목표는 모성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넓게 해석될 수 있고 어머니라는 역할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죠. 그 때문에 종종 비슷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여자들의 진열장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정답 같은 것이 있다고 주장하지도 않고 감상적인 모성예찬으로 빠지지도 않습니다.

캐스팅이 좋습니다. '명연기'를 강요하는 영화는 아니에요. 과도한 감정 표현도 없고 배우의 어깨에 필요이상의 짐을 얹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임수정에서부터 윤창영에 이르기까지 배우의 이미지와 개성은 캐릭터에 딱 들어맞고 모든 연기가 정확하기 그지없습니다. (18/04/19)

★★★

기타등등
전작과 마찬가지로 청주가 무대인데, 부산에서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감독: 이동은, 배우: 임수정, 윤찬영, 이상희, 오미연, 서신애, 한주완, 김선영, 서정연, 다른 제목: Mothers

IMDb https://www.imdb.com/title/tt698547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9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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