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소녀 Dai wo qu yue qiu (2017)

2018.05.10 23:38

DJUNA 조회 수:2071


[안녕, 나의 소녀]라는 대만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나의 소녀시대]와 비슷한 번역제인데 (원제는 [带我去月球], 말 그대로 [Take Me to the Moon]입니다), 실제로 [나의 소녀시대]의 주연인 송운화가 이 영화의 여자주인공이에요. 그 이외에도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모두 21세기와 1990년대를 오가는 청춘물이고, 90년대에 중화관에서 유명했던 연예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이 정도면 유사품이라고 할 수 있고, 적당히 유사품적인 재미만 주어도 전 만족했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설정은 이렇습니다. 가수를 꿈꾸는 은페이라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디션을 통과해 일본에 가서 엠마 리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는데,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38살의 나이에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그런데 학교 시절 은페이를 짝사랑 했던 친구 정샹이 마법의 꽃으로 그들이 졸업 직전인 1997년의 과거로 돌아가게 된단 말이죠. 정확히 말하면 당시의 자신의 몸에 빙의를 한 거죠. 갖고 있는 꽃은 세송이, 그러니까 과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단 사흘. 어떻게든 그 동안 은페이의 과거를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오디션을 사보타지하는 것입니다.

줄거리만 읽어도 한숨이 나오는데, 이런 이야기는 최근 몇십 년 동안 정말 수만 개는 만들어졌으니까 말입니다. 시간여행물이 SF 서브 장르일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판타지 장르에서 타임슬립이라는 서브 장르가 생기자 다들 게을러진 거죠. 머리를 쓰지 않아도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정말 머리를 하나도 안 쓴 이야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 겁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정샹이 과거를 바꾸려고 하는 시도는 심심할 뿐만 아니라 다들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여기에 친 감상적인 양념도 전 별로였는데, 일단 전 이런 허구의 설정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진지하게와 심각하게는 다릅니다)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영 별로입니다.

물론 저에게 가장 별로였던 건 이 영화가 여자주인공의 인생을 멋대로 뜯어고치려는 남자 이야기라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송운화가 주연이지만 '나의 소녀'와 '나의 소녀시대'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이죠. 이런 이야기들은 다들 뻔하니까 처음부터 대화를 해서 여자주인공에게 선택의 기회를 좀 더 준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적어도 지금만큼 진부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18/05/10)

★★

기타등등
이 영화에 나오는 연예인은 장우생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도 그의 노래에서 따왔고요. 안타깝고 아련할 수도 있는 설정인데, 잘 살리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감독: Chun-Yi Hsieh, 배우: Jasper Liu, Vivian Sung, Vera Yen, Chih-Tian Shih, Ai-Ning Yao, Chuan Lee, 다른 제목: Take Me to the Mo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773092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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