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메이커 Der Kuchenmacher (2017)

2018.05.11 23:50

DJUNA 조회 수:4290


토마스는 베를린의 크레덴츠 카페에서 일하는 파티셰입니다. 그에게는 일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베를린을 방문하는 오렌이라는 이스라엘인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오렌은 아들 하나 있는 유부남이에요. 어느 날 오렌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걸 알게 된 토마스는 오렌의 아내 아나트가 막 문을 연 예루살렘의 카페를 방문합니다. 신분을 숨긴 채 아나트의 카페에 취직한 토마스는 베를린에서 그랬던 것처럼 맛있는 디저트를 만듭니다.

다들 토마스의 디저트를 좋아하지만 여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코셔요.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두 코셔에 신경 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대로 장사를 하려면 코셔 인증을 받아야죠. 하지만 토마스는 유대인이 아니기 때문에 코셔 인증 받은 곳에서는 오븐을 건드려서도 안 됩니다. 코셔 아파트에 들어가면 유대인이 아니어도 코셔 규칙을 따라야 하고요.

한국에서 음식 영화들은 주로 '힐링 영화'로 홍보되고 소비되지요. 하지만 오피르 라울 그라이저의 [케이크메이커]는 그렇게 편안하게 감상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악당이 나오지도 않고 음모도 없고 화면 밖에서 벌어지는 오렌의 교통사고를 제외하면 아주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는 내내 불안하죠. 비밀을 감추고 있는 동성애자이고 비유대인인 독일인 남자 토마스의 존재 자체가 그렇습니다. 그는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친절한 사람이지만 우린 영화를 보는 내내 그가 일을 그르칠까봐 걱정하게 됩니다. 토마스와 아나트는 점점 가까워지지만 그렇다고 불안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오히려 반대입니다. 이들에겐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가 없으니까요.

오로지 이스라엘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오렌, 토마스, 아나트의 삼각관계는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나트의 카페를 무대로 벌어지는 이 독특한 이야기는 다른 나라로 이식하기가 어렵죠. [케이크메이커]는 오로지 이스라엘과 유대 종교 문화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억압의 매커니즘을 이야기의 재료로 삼은 영화예요. 지금도 읽히는 19세기 영국 문학 작품들이 빅토리아조 문화의 억압의 매커니즘을 소재로 삼았던 것처럼요. 예술가들에겐 자기 문화의 불편하고 갑갑한 결점만큼 좋은 소재는 없는 겁니다. (18/05/11)

★★★☆

기타등등
크레덴츠 카페는 실제로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감독: Ofir Raul Graizer, 배우: Sarah Adler, Tim Kalkhof, Zohar Strauss, Roy Miller, Tamir Ben Yehuda, 다른 제목: The Cakemak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483078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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