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 Manifesto (2015)

2019.07.30 23:39

DJUNA 조회 수:3458


율리안 로젠펠트의 [매니페스토]를 보고 왔습니다. 한국어 포스터에 보며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라고 되어 있는데, 맞는 말이에요. 영화로 기획된 작품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영화로 보는 건 이상적인 감상법이 아니죠. 차선책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됩니다. 13명의 각기 다른 인물로 분장한 케이트 블란쳇이 장례식, 학교, 뉴스와 같은 설정 속에서 연기를 하면서 다양한 매니페스토를 읊습니다. 일상의 대사나 연설, 독백이 모두 공산당 선언이나 다다이즘 선언 같은 유명한 선언문으로 대체된 것이죠. 미술관에서는 이들을 따로따로 전시해서 동시에 틀었습니다. 영화관에서는 다 합하면 130분이 되는 이 꼭지들을 90분 정도로 재편집해서 한 줄로 나열한 것이 영화죠.

영화로 보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매니페스토라는 게 그렇잖아요. 역사적 맥락 안에서 읽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따로 읽으면 멋있는 문장들이지만 다들 비슷비슷하고요. 요샌 선언문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과거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전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좀 백색 소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까지 텍스트에 관심이 안 갔어요. 자막 없이 대사를 이해하지 않고 봐도 케이트 블란쳇의 존재감과 연기를 감상하는 데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시회에서 봤다면 더 좋은 감상이 가능했을 거 같습니다. 일단 다 볼 필요가 없잖아요. 미술관 벽을 채운 케이트 블란쳇의 다양한 얼굴들을 동시에, 적당히 취사선택을 해가며 산책하듯 본다면 그건 좋은 감상이었을 거예요. 물론 90분 동안 집중해서 보는 영화 감상과 전혀 다른 체험이었겠죠. 그렇게 봤다면 좋았을 거 같은데, 저에게 그럴 기회는 없을 테니까요. (19/07/30)

★★☆

기타등등
역시 케이트 블란쳇이 나오는 [레드]라는 단편영화와 같이 나와요. 블란쳇이 블랙 위도우스러운 이미지로 나오는. 영화로서는 이게 더 재미있었습니다.


감독: Julian Rosefeldt, 배우: Cate Blanchett

IMDb https://www.imdb.com/title/tt451120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8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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