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아라 Aniara (2018)

2020.11.05 23:55

DJUNA 조회 수:931


펠라 코게르만과 휴고 릴리아의 [아니아라]는 노벨상 수상자 하리 마르틴손이 쓴 동명의 서사시를 각색한 작품입니다. 스웨덴에서는 아주 유명한 작품이고 이전에도 오페라와 텔레비전 영화로 각색된 적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웨덴 사람들은 이 영화를 외국인들보다 특별하게 감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아라는 화성이주선 이름입니다. 도시만한 거대한 우주선이예요. 멸망해 가는 지구를 떠나 3주 뒤에 화성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그만 사고가 나서 궤도를 이탈해버리고 말아요. 이제 이들에겐 희망이 없습니다. 아니아라는 목적지에서 벗어나 머나먼 우주의 공허 속으로 날아갑니다.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체코 SF 영화 [이카리에 XB-1]입니다. 하지만 [아니아라] 원작이 먼저예요. 이 작품은 출판 직후 영어로 번역되었고 폴 앤더슨의 [타우 제로]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정말 그런 것도 같습니다.

단지 [타우 제로]와는 달리 [아니아라]는 물리법칙의 묘사나 과학적 해결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적어도 영화가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미래의 희망이 점점 사라져 가는 닫힌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절망과 고통입니다. 아주 가끔 희망이 나타나고 아니아라의 컴퓨터 미마가 위로가 되어 주지만 그 역시 날아가버려요. 결국 모두가 바닥을 치고 이들은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모든 희망이 다 날아가버리면 오히려 평온해지는 그런 지점이 찾아오지요. 그 과정이 끔찍해서 그렇지.

각색에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지구와 화성 모두에 궤도 엘리베이터가 있고, 우주선의 인공중력을 통제할 수 있는 시대가 배경입니다. 그렇다면 왜 구조대가 오지 않는지, 왜 지구와 화성에 연결이 되지 않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지요. 원작에서는 지구도 멸망한다고 하던데, 적어도 영화에서는 그렇게까지 상황이 암담해보이지는 않거든요. 제가 보기에 이건 50년대 SF를 현대 관점의 미래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옛날 SF라면 그냥 과거의 관습이려니하고 넘길 수 있는 것도 현대에 만들어진 SF에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거든요. 이걸 대충 넘기고 실존적 고뇌로 넘어가야 하는데, 전 그게 잘 안 되었습니다. (20/11/05)

★★★

기타등등
1. 주인공인 미마로벤은 원작에서는, 적어도 이 시를 각색한 오페라에서는 남자였던 거 같습니다. 오페라에서는 바리톤이었어요. 성이 바뀌자 미마로벤과 이사겔은 동성애 커플이 되었습니다. 근데 적어도 오페라에서는 레즈비언 커플이 따로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영화에서 이름을 찾아보니 이 캐릭터는 남자배우가 연기하고 있네요. 궁금해져서 원작과 관련된 자료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2. 전 스웨덴 영화제에서 보았는데, 곧 티빙에서 틀어줄 거 같아요. 한국어 포스터가 있습니다.


감독: Pella Kågerman, Hugo Lilja, 배우: Emelie Garbers, Bianca Cruzeiro, Arvin Kananian, Anneli Martini, Jennie Silfverhjelm, Emma Broomé, Jamil Drissi, Leon Jiber , Peter Carlberg, Juan Rodríguez, David Nzinga

IMDb https://www.imdb.com/title/tt758952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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