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러턴 Charlatan (2020)

2020.11.06 23:41

DJUNA 조회 수:1007


아그니에슈카 홀란트의 신작 [샬러턴]을 보고 왔습니다. 체코 영화였어요. 전기영화였고요. 영화 제목의 '샬러턴'은 얀 미콜라세크라는 약초학자 겸 치유사입니다. 20세기 중반에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아주 유명했던 사람이라고요. 환자의 소변만 보고 병의 종류, 심지어 생존여부까지 알아맞혔다고 해요. 치료한 환자가 엄청나게 많았고 그 중엔 유명인사나 권력자들도 있었대요.

영화는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 안토닌 자포토츠키의 사망으로 시작하는데, 여기서부터 미콜라세크의 내리막입니다. 지금까지 자기를 지켜주고 있던 빽 하나가 사라졌고, 그 동안 이 사람을 좋게 보기 않던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작한 거죠. 미콜라세크는 약초로 환자를 죽였다는 혐의로 체포되고, 여기서부터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이 됩니다.

이 영화 감상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제가 얀 미콜라세크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는 거였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의 전기 영화를 즐길 수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쉰들러 리스트]가 나오기 전엔 오스카르 쉰틀러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그게 영화를 보는 데엔 장애가 되지 않았지요. 하지만 미콜라세크는 쉰틀러와 달라요. 과학적으로 미심쩍은 영역에서 수상쩍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치료한 사람이지요. 미콜라세크의 치료가 정말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렸을 수도 있어요.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요.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도 그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어느 정도 회의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나도 당연한 듯 미콜라세크를 믿는데, 전 그 믿음을 따라가기가 좀 힘들었어요. 감독이 하지 않은 회의는 제 몫이지요. 그런데 영화를 보기 전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고, 영화 후에 검색해보니 영어 자료를 찾기가 힘들더군요.

사실여부를 떠나 미콜라세크의 이야기는 재미있는가? 드라마의 재료는 있어요. 이 영화에서 미콜라세크는 일종의 종교적 인물이에요. 세상의 의심을 등에 지고 사람들을 구하는. 그리고 로맨스 영화이기도 합니다. 미콜라세크의 연애 대상은 조수인 프란티세크 팔코예요. 공산국가 시절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동성애가 범죄였으니 당연히 압박감이 있습니다. 이 둘의 관계가 그렇게까지 이상적으로 안전했던 것도 아니고요. 단지 이 드라마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을 만큼 미콜라세크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흥미롭지만 늘 재미있지는 않아요.

전 실화 영화가 장황한 후일담을 늘어놓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외국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인물의 전기영화를 만들었다면 장황한 후일담은 의무인 것 같아요. 특히 영화가 재판 결과를 말해주지도 않고 끝났다면 말이죠. 미콜라세크가 70년대까지는 살아있었다는 걸 검색해서 확인하긴 했어요. 하지만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요? 재판이 실화이긴 했나요? 제 궁금함이 비정상적인 건 아니지 않나요? (20/11/06)

★★★

기타등등
올해 프라이드 영화제에서 본 첫 번째 영화입니다. 이 영화제가 끝나면 한동안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 갈 일이 없겠지요.


감독: Agnieszka Holland, 배우: Ivan Trojan, Juraj Loj, Josef Trojan, Jaroslava Pokorná, Jiří Černý, Miroslav Hanuš

IMDb https://www.imdb.com/title/tt602862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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