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곳에 개봉한 영화 미나리를 보고 왔습니다.


이민자들은 꼭 봐야겠더군요. 왜냐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너무나 연관성이 있고 

남의일 같지 않고 동병상련 등등 그 모든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영화 내용 자체는 너무 괴롭지도 신파적이지도 않고 기대 이상으로 정서가 아름다워서 흠칫 놀랬구요.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독립영화처럼 저예산 삘도 아니었어요. 


코비드 때문에 거의 1년만에 극장가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관객이 꽤 있었습니다. 

한인 가족도 있었고 인도쪽 중국 쪽 이민자들도 보였어요. 

아이를 많이 데리고 왔는데 아이들에게 엄마가 자막 읽어주면서 영화 보여주는 게 좋아보였어요. 

남자아이가 나올 때는 아이들도 집중. 


온갖 한국적인 소품과 장면과 집안 가풍과 대화와 음식이 나올 때 저는 혼자 간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누구라도 같이 가서 서로 등을 두들기면서 저거 봐 저거 봐 하면서 큭큭댔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나더군요. 


영화 끝나고 저는 한참 남아서 아마도 한예리 님이 부른 것 같은 노래를 계속 듣고 있었어요. 

크레딧 중에 To All Granmothers라는 글이 올라가더군요. 

옛날 유승호씨가 아역배우로 나온 집으로라는 영화가 ‘모든 외할머니에게 바칩니다’라느 꼬릿말이 있었던 게 기억났어요. 

윤여정씨가 분한 할머니도 외할머니였습니다. 

딸 고생하는 거 보기 싫은 외할머니들이 손주 보육엔 최선의 선택지라 이런 이야기에 많이 등장하지요. 


저도 엄마 생각이 났어요. 애들 봐주러 해외 제가 사는 곳까지 몇 번이고 오셨던. 


집에 와서 딸에게 영화 재미 있었다 네가 나중에라도 봤으면 한다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너 봐주러 여기 오셨었다 넌 기억 못하겠지 하면서 조금 울먹 거렸더니 

딸이 와서 꼬옥 안아주었네요...


아들에게도 영화 얘기를 했더니 안그래도, 다니는 학교의 케이팝 소사이어티가 

미나리 영화 관람권을 배포하는 것을 운좋게 잡았다며 한인 친구와 보러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꼭 한국인 조부모가 있는 애랑 같이 가서 봐라, 그랬어요.


여러분이 한국에서 볼 때는 별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이건 정말 해외 나가서 고생하는,

그것도 대도시의 한인타운이 아니라

벽지에 가서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초기 이민 1세대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딱 꽂힐 영화입니다.

그것은 한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거구요.

그리고 굉장히 미국적인 영화였어요.


미나리가 굉장히 먹고 싶어졌습니다. 물김치에 미나리 들어간 거 훌훌 마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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