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다시피 '작년' 영화입니다. 무심코 올해라고 쓸 뻔 했네요. ㅋㅋ 런닝타임은 2시간 5분.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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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가 참 예쁘네요. 하늘도 예쁘고 배우들이랑 말도 잘 나왔고. 근데 이런 분위기 영화 맞던가요? ㅋㅋ)



 - 때는 1925년입니다. 웨스턴이라고 해도 완전 끝물 시즌인 거죠. 하지만 그렇게 20세기처럼 보이진 않아요. 영화의 배경이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목장과 시골 풍경을 벗어나지 않거든요.

 컴버배치와 플레먼스 형제는 함께 목장을 하고 있구요. 이 중 컴버배치 아저씨 캐릭터가 문제입니다. 마초스럽지 못한 남자놈들은 다 나의 교정 펀치를 맞아랏!!! 수준의 사상을 갖고 젠틀한 성향의 자기 동생은 물론 난생 처음 보는 젊은이들까지 '마초가 되어라 마초가 되어라!!!'라고 막 갈구고 다니는 진상 캐릭터에요. 다만 그런 자신의 행동을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강력한 마초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일솜씨를 갖고 있네요.

 그러다 우리 얌생이 동생놈이 다 큰 아들래미 딸린 과부 던스트에게 홀딱 반해 벼락 결혼을 해버리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 상남자 컴버배치님께선 던스트가 자기 동생을 돈셔틀로 생각하고 결혼한 거라고 확신하고선 던스트를 계속해서 괴롭히구요. 멘탈이 무너진 던스트는 술독에 빠져 망가져가고. 그걸 지켜보던 아들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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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극 맞는데 왜! 뭐? 왜!!?)



 - 가끔은 정확한 장르를 알게 되면 그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장르 자체를 숨기고 그걸 반전 내지는 재미 요소로 활용하는 영화들이죠. 이 영화는 뭐 대단한 반전이나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는 아니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최대한 정보 없이 보시는 게 가장 좋을 영화에요. 그러니까 언젠간 보실 분이라면 이 글도 읽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라고 미리 경고 드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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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마지막 서부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처음엔 평범한 서부극처럼 시작을 하죠. 소떼를 모는 상남자 카우보이들!! 컴버배치 캐릭터의 진상질이 시작되어도 뭐 좀 수정주의 서부극 비슷한 거겠네. 저 지나친 마초성을 비판하려는 건가봐... 라는 정도 생각이 들 뿐 여전히 서부극입니다만.


 동생이 결혼을 하고 나서부턴 그게 또 애매해집니다. 갑자기 서부극이라기보단 그냥 그 시절을 다룬 사극 드라마 비슷해지거든요. 시집 가서 시댁 식구 잘못 만나 개고생하는 처자의 어두컴컴하고 비극적인 이야기. 게다가 여기서부터 살짝... 장르가 스릴러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스릴러에 심리극이에요.


 그러다가 다시 초점이 컴버배치로 돌아오면 이젠 또 잠시동안 슬픈 드라마가 돼요. 영화를 안 보신 분들도 관련 글들 좀 읽어보셨으면 이미 다 알고 계실, 그리고 사실 아무 정보 없이 그냥 영화를 봐도 20~30분이면 다 눈치채실 컴버배치의 그 비밀 때문이죠. 그리고 거기서부터 갑자기 기대도 안 했던 인간 관계 하나가 이상할 정도로 잘 풀리며 뭐지 이건 갑자기 힐링물인가... 하다가.


 "아ㅋㅋㅋㅋ. 역시 그럴 리가 없지. ㅋㅋㅋㅋㅋ" 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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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대 섬세 감성남의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 스포일러 위험이 있어서 구체적으로 언급은 못하겠는데, 이 영화는 되게 정직합니다. 일단 우리의 컴버배치에겐 비밀이 있고, 또 마지막에 나름 반전 비스무리한 극적인 전개가 하나 있거든요. 근데 정말로 시작부터 클라이막스에 이르기까지 그 '비밀'과 그 '극적인 전개'의 밑밥을 단계별로 하나씩 하나씩 확실하게 밟아가요. 관객들을 속이거나 깜짝 놀래킬 생각 따윈 애시당초 없구요. 그저 막판에 벌어지는 그 격한 전개를 관객들에게 확실히 납득 시키려는 거죠. 시종일관 집중해가며 착실하게 스토리를 따라간 분들이라면 막판 전개에 놀라거나 할 일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꽤 제대로 된 추리물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게 뭐 꼭 마지막에 '우왕! 상상도 못했다능!' 이러면서 깜짝 놀라야만 추리물이 아니잖아요? 오히려 분명한 떡밥들을 하나씩 던져주다 보니 보는 입장에서 그걸 하나씩 꼭꼭 씹어 먹으며 곧 닥쳐올 결말을 예측하는 재미가 쏠쏠한 느낌이 있더군요. 그리고 그 떡밥들이 앞서 적은 그 미묘한 장르 변화 속에서 주어지다 보니 뭔가 좀 신선한 느낌이 드는 것도 있어요. 서부극 속 떡밥과 여성 사극 속 떡밥과 슬픈 인간 드라마 속 떡밥이 마지막에 추리/범죄물 형식으로 맞춰지며 짠! 하고 끝이 나는 거죠. 그래서 그냥 장르물 기준으로 생각하면 특별히 놀랍거나 훌륭할 것 없어 보이는 막판의 사건이 좀 더 강렬한 느낌을 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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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자 기구한 여인네가 각종 위협 상황에서 살아남다 멘탈 다 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한국 대다수의 관객들에겐 대표작 '피아노', 가장 좋아하는 영화 '피아노', 최고 히트작 '피아노'... 등등으로 유명한 제인 캠피언 감독. (이 드립은 제 얘깁니다. 본 게 저것 밖에 없어요.) 그 양반이 서부극을 만들었다니, 그것도 주인공이 상남자 마초 카우보이라니... 보기도 전부터 의심을 하게될 수 밖에 없잖아요. 게다가 그 상남자 마초 카우보이를 연기하는 게 베네딕트 컴버배치란 말입니다. 정통적이고 평범한 서부극이 될 일은 없겠다. 다들 그런 확신을 갖고 보게 되는 영화죠.


 그리고 정말로 컴버배치가 큰 일을 합니다. 사실상 주인공 포지션을 맡고서 복잡 다단한 캐릭터를 제대로 풀어서 보여주더군요. 전형적 서부극 속 상남자로부터 폭력적이고 (특히 여성과 여성성을 혐오하는) 간사한 악당, 그리고 시대의 희생자까지. 매력적이었다가 혐오스럽고 공포스러웠다가 또 연민의 대상이었다가... 를 런닝타임 내내 오가는데 그게 참 하나로 잘 달라 붙습니다. 그리고 그 좋은 연기가 감독과 영화의 의도를 벗어나지 않아요. 이게 무슨 얘기냐면... 마지막에 이 캐릭터가 당하는 험한 꼴을 보고도 딱히 불쌍히 여길 맘은 들지 않는다는 거죠. 자칫하면 관객들의 과몰입으로 결말의 감흥을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위험이 충분한 캐릭터였는데, 정말 딱 적절한 정도로 정확하게 표현해낸 것 같아요. 좋은 배우 맞네요.


 아니 뭐 키어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의 연기들도 다 좋고 아들 배우의 연기도 좋았어요. 다 잘했는데, 그래도 영화 자체가 컴버배치 캐릭터를 중심으로 굴러가는 영화인 게 사실이니까요. 다 보고 나면 뭔가 머릿속에 잔상이 남는 느낌이 드는, 참 좋은 연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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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극의 두 남자가 운명적 끌림으로 인해 서로에게 변화를 일으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ㅋㅋㅋ)



 - 근데 그래서 무슨 얘길 하는 영화냐면...

 그냥 옛날 스타일의 그 마초성.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이뤄진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이런 것들 다 엿먹으라는 거죠. 그런 것들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그게 불러오는 비극을 보여주고, 그게 피해자들에게 끼치는 소름 끼치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하다가 막판엔 비판을 넘어 아주 그냥 싸늘하고 야멸차게 조롱을 해버리며 마무리합니다.


 정말로 많이 야멸차요. ㅋㅋㅋ 그래도 나름 입체적으로 꾸며 놓은 게 컴버배치의 캐릭터인데. 정말 일말의 간지나 낭만적 감흥도 허락하지 않고 지인짜 깔끔하게 정리해버리는 걸 보니 이 감독님의 의도는 참으로 궁서체로 진지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 결말 부분에선 좀 당황했을 정도였습니다만. 크레딧 후에 다시 생각을 해 보면 감독은 정말 '난 이런 놈팽이가 멋지고 납득 가게 보이는 게 정말 싫어!!!' 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공들인 주인공 캐릭터를 그렇게 하찮게 처리해버린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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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인물과 캐릭터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서부극답게 그림도 예쁩니다. 1925년 몬태나인 척하는 21세기 뉴질랜드!)



 - 뭐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뭔가 감상을 풀어보려고 하니 뇌에 과부하가 강력하게 와서 이쯤에서 급종료합니다.

 솔직히 극초반에, 이야기의 흐름과 정체를 이해하기 전까진 딱히 재밌진 않았습니다. 연기도 좋고 연출도 좋고 다 좋은데 제가 원래 웨스턴도 안 좋아하고 진지한 드라마도 안 좋아하다보니. ㅋㅋㅋ 하지만 이야기가 슬슬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시점부턴 집중도 잘 됐고. 클라이막스 근방까지 가선 참 재밌게 잘 만들었네... 이러고 봤어요. 단호박 결말 후의 감흥도 상당했구요.

 막 되게 재밌는 영화다!! 라고는 솔직히 말 못하겠습니다만. 전형성을 상당히 잘 피해가면서 효과적으로 짜여진 이야기. 주조연 배우들의 좋은 연기. 그리고 정확하게 계산된 감독의 좋은 연출까지. 아주 잘 만든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취향 걱정은 살짝 미뤄두시고 그냥 한 번 시도는 해 보세요. 어차피 넷플릭스 영화 아닙니까. 재미 없으면 바로 꺼버리시면 됩니다. ㅋㅋㅋ




 + 토마신 맥킨지가 나오죠. 이 분도 좀 기대하면서 봤는데, 그 하찮은 캐릭터와 분량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ㅋㅋㅋ 

 그래도 이 분은 존재를 인식이라도 했죠. 폴 다노는 영화 다 보고 검색한 후에야 그 놈이 이 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안면 인식 장애가 찾아오는 중인가... ㅠㅜ


 라고 적었는데 안면 인식 장애가 맞나봅니다. 폴 다노 안 나오셨어요. 혼동을 드려 죄송합니다!!! ㅠㅜ



 ++ 제목 번역이 음... 뭐 이게 시편 구절이고 일반인들에게 그리 유명한 구절도 아니다 보니 성경에 적힌 그대로 갖다 쓰기도 좀 애매하긴 했겠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파워 오브 도그' 이건 좀 괴상합니다. 의미 있는 제목을 무의미하게 만들기도 하구요.



 +++ 초반에 컴버배치의 진상질에 빡친 아들래미가 집 밖으로 뛰쳐나가 분노의... 훌라후프를 하는 장면은 참 웃겼습니다. ㅋㅋㅋㅋ 코미디에 딱히 신경 쓰고 만든 영환 아닌데. 그 장면은 참 웃겼어요. 캐릭터에 잘 어울리기도 하구요.



 ++++ 근데... 그 젠틀하고 가정적인 사랑꾼 흉내를 내던 남편 놈은 마누라가 그 꼴이 되도록 곁에서 뭐 했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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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보면 막판 비극에는 이 양반의 잘못 지분이 아주 많이 크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니가 더 나빴어요 이 양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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