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을 보고와서

2019.10.28 19:33

예정수 조회 수:1595

어... 크롬에선 글이 저장이 안되는군요ㅜㅜ


처음에 영화관에 갔을 때 느낀 건데, 여성관객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영화는 초반에 약간 무디게 느껴졌는데, 곧 빠져들어갔습니다. 저는 남성관객이기 전에 미혼남이라서 이런 일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르겠달까, 어렵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거든요. 솔직하게 적자면, 정치적으로는 페미니즘을 지향하고 있으나 실제로 여성입장에서 구체적 사례를 들어 생각한 적은 많지 않았고, 여성에 대해 둔감하게 생각해 온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누군가와의 연애를 넘어 결혼을 생각하다가... 잠결에 그분과의 결혼식 그 이후의 삶을 상상한 후부터 순식간에 인생이 복잡해졌거든요. 누군가의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 이전에 여성이 주체적인 삶으로서 그 상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함께 백년해로하며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는 출발점을 갖게 되었는데, 마침 타이밍 맞게 이 영화를 만난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진심 결혼을 생각하는 커플이 있다거나 또는 여성의 관점에서 평범한 개개인에 대한 현대적인 이해를 하는데에 있어,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적 완성도는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지만, 극장에서 잊기 힘든 영화이고, 어쩌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우리는 누군가의 내면을 잘 모르고, 몇몇 외면으로 평가하잖아요. 저는 실제하지 않는 캐릭터, 만난적도 없는 TV 속 사람들, 닉네임, 또는 얼굴만 아는 인터넷의 인물들을 너무 좋아하고 아주 싫어하는 게 걸렸거든요. 그리고 외모지상주의가 발달하고 편파정치적이 된다던지... 그런 게 개개인으로서 신념일 수는 있지만, 때로는 과도하면 병폐같거든요. 미디어의 폐해일 수도 있겠죠. 물론 대중으로서 소비하고 분노하는 과도기를 지나 어쩌면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해지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겠죠. 그점에서 여성에 대한 이해없는 성적대상화, 과도한 혐오, 깎아내리기는 충분히 지나쳤었죠.


제가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외모지상주의나 여성에 대한 몰이해는 이런 과정에서 이런 영화가 나온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서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거라 믿습니다.


그 점에서 이 영화를 추천드립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5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11
110239 오늘의 영화 자료 [3]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0.29 302
110238 Robert Evans 1930-2019 R.I.P. 조성용 2019.10.29 312
110237 [바낭] 코스프레_뉴욕 코믹콘 2019 [노출 주의] [2] 칼리토 2019.10.29 894
» 82년생 김지영을 보고와서 [3] 예정수 2019.10.28 1595
110235 [곡성]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 [7] Joseph 2019.10.28 1149
110234 [벌새]의 김영지와 [쿨핫]의 서영전 [4] eltee 2019.10.28 909
110233 [넷플릭스바낭] 필리핀 액션 영화 '마리아'를 봤습니다 [6] 로이배티 2019.10.28 1001
110232 고양이의 은밀한 사생활 - bbc 다큐멘터리 [10] 존재론 2019.10.28 1232
110231 겨자를 저격한다, 신자유주의적 주체들, 사회보장제도와 하나님께 영광, 척척석사 대핀치? 외. [3] 타락씨 2019.10.28 873
110230 오늘의 둘리와 각종 만화 자료 [6]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0.28 524
110229 끝나지 않는 '대화' [5] 어디로갈까 2019.10.28 790
110228 이노래 어떤 영화에 나왔을까요 [2] 가끔영화 2019.10.27 393
110227 저도 등업 했습니다~ [8] 정우 2019.10.27 457
110226 최근 다이어리 꾸미기에 빠져 있습니다. [1] 스위트블랙 2019.10.27 588
110225 원신연 감독은 정말 동강할미꽃을 멸종시켰을까 [2] 보들이 2019.10.27 1088
110224 등업 인사 글 - 영화이야기 조금 [8] 예정수 2019.10.27 649
110223 이런저런 일기...(레이싱대회, 새벽) [1] 안유미 2019.10.27 484
110222 저도 등업했습니다 [7] 히미즈 2019.10.27 473
110221 [듀9] 정말 재밌는 글 쓰시던 글리의 남주 코리 몬티스랑 구스털 베개를 좋아하시던 분 [5] 그리워영 2019.10.26 1027
110220 다시 보니 더 재미있었던 곡성, 봉오동 전투 [11] 보들이 2019.10.26 99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