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작이고 상영 시간은 1시간 53분.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미아 고스는 별 역할 아닙니다. 혹시 팬이시라면 큰 기대는 마시고...)



 - 로버트 패틴슨이 애 아빠네요. 아가는 혼자서 모니터에 비치는 이상한 자연 다큐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영상을 보며 놀고 있고 패틴슨은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 밖에서 뭘 뚝딱뚝딱 고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통신으로 애한테 말을 걸며 달래고 있구요. 그러다 모니터의 화면이 좀 아름답지 못한 게 나오니 애는 울음을 터뜨리고 패틴슨은 우주선 고치던 도구를 떨어뜨려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10분간 패틴슨이 애 보는 모습만 보여줘요. ㅋㅋㅋ 우주선 안의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이유식 만들어 먹이고, 오줌 싸는 거 도와주고, 그러고 혼자서 주절주절 애한테 말을 걸죠. 니 쉬랑 응가는 아무리 정화되어서 멀쩡한 것처럼 보여도 먹으면 안 된단다. 그걸 '터부'라고 해. 알겠니? 터부. 터어부. 터어어어부. 터부! 그러고는 무슨 알람이 울리자 통신장비 비슷하게 생긴 허름한 자리에 앉아서 아마도 지구의 관리자들을 위한 것 같은 보고를 합니다. 


 근데 슬슬 좀 궁금해지죠.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딨지? 바로 그 순간에 호기심을 해결해주는데... 패틴슨은 대략 대여섯구 정도 되는 시신을 보관하고 있는 방으로 가서 하나하나 꺼내서 우주복을 입힙니다. 그리고 우주선 밖으로 다 떨어뜨려요. 그리고 막막한 우주 공간에 사이좋게 둥실둥실 떠 있는 우주복 시체들을 화면 가득 비추면서 타이틀이 뜹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제 그 다음부턴 도대체 이게 뭔 상황인지... 를 보여주기 시작하고 그게 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겠죠. 스포일러는 아닌 기본 설정만 대략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지구는 슬슬 수명이 다 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블랙홀로 우주선을 보내서 블랙홀 에너지를 활용해 지구의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게 되는데... 성공 가능성도 극히 낮고 왕복에 수백년이 걸릴 프로젝트에 자원할 사람을 못 구했는지 사형수들 중에서 사람을 뽑아 보냈다는 겁니다. 물론 필요한 지식들은 다 가르쳐서 보냈겠죠. 애초에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의사, 파일럿, 선장 등)을 뽑기도 했구요. 보아하니 애초에 이 우주선은 항로를 바꾸거나 하는 일이 불가능한 데다가, 선장의 손가락에 이식해 놓은 칩을 통해 하루에 한 번씩 지구에 보고를 하지 않으면 걍 생명 유지를 중단해서 다 죽여버릴 수도 있는 모양이에요. 사형수 군단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이겠죠.

 그런데 여기엔 실질적 리더를 맡고 있는 줄리엣 비노쉬 의사님이 계시고. 이 분 또한 괴상한 임무 하나를 맡고 있으니... 바로 우주 공간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겁니다. 우주 방사선 때문에 임신은 돼도 출산은 거의 불가능하다는데, 암튼 우리 의사님은 그걸 기어코 해내고야 말 작정이고 그러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실질적인 갈등과 사건들은 거의 대부분 이 의사님 프로젝트로부터 나와요. 과연 이 양반이 뭔 짓을 어떻게 했길래 승무원들이 그렇게 죽어나갔을까요. 그리고 그 아가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그리고 블랙홀의 인력 바로 밖에서 꼼짝도 못 하는 우주선에서 살고 있는 패틴슨과 그 아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우주선 승무원들 단체샷. 말이 좋아 승무원이지 실상은...;)



 - 적다 보니 제 글 중에선 역대급으로 긴 '도입부 설명' 파트가 되었네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영화가 상당히 불친절해서 간단하게 요약을 못 하겠더라구요. 

 일단 고독한 예술혼에 불타는 감독의 영화답게 이야기 전개나 편집의 리듬이 일반적인 상업 영화들의 그것과는 좀 다릅니다. 말 했잖아요. 영화 시작하고 10분동안 주인공이 혼자서 애만 본다니깐요. ㅋㅋㅋ 

 그리고 일단 이야기가 흘러가기 시작하면 그것도 살짝 불편한 게, 수시로 예고 없이 시간대를 점프를 해요. 과거로 갔다가 더 과거로 갔다가 언뜻언뜻 현재(?) 시점으로 돌아왔다가...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간엔 딱히 복잡하고 속 깊은 사정이나 스토리 같은 게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거. 그래서 그냥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만 캐치하면 '나 지금 뭐 보고 있니?' 라는 고통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오해하실까봐 굳이 강조하자면, 이야기 따라가기 힘든 영화 아닙니다. 그냥 편하게 봐도 따라가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잘 따라가면서 '이거 좀 불친절하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 로만 불친절해요. 적고 보니 되게 말장난 같네요. ㅋ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래뵈도 광속까지 가속해서 날아가는 우주선입니다.)



 - SF이고 우주선이 배경이지만 보통 우리가 'SF'에서 기대할만한 비주얼 같은 건 별로 없습니다. 

 대충 떠올려 보면 이 영화의 배경이라는 게... 통신실, 사다리 있는 방, 우주복 갈아 입는 곳, 의사 사무실, 19금 방(...)에다가 주인공 방, 여자들 방에다가 복도 하나랑 텃밭 정도. 이게 정말로 거의 다이고 그 방이란 것도, 복도도 텃밭도 모두 좁아 터졌어요. 덧붙여서 cg 같은 게 필요한 '미래적' 아이템 같은 거 하나도 안 나와요. 게다가 이 중 대부분이 우중충 지저분한 톤이구요. 잠깐 에일리언3도 생각이 나고 그랬습니다만, 그건 데이빗 핀처의 선택이었겠지만 이건 그냥 돈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네요. 뭐 어차피 감독이 하고픈 이야기 하는 데엔 이걸로도 충분했으니 괜찮겠지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미래입니다! SF라구요!!!!)


 그래도 그 와중에 영상미는 상당히 좋습니다. 그 영상미란 게 상당히 아트하우스 필름스런 아름다움이라 취향은 좀 타겠습니다만, 암튼 보면서 저렴한 제작비를 감지할 수 있을 지언정 화면빨이 '후지다'고 느낄 일은 없으실 거에요. 그리고 몇 번, 많지 않게 나오는 우주 장면들은 많이 아름답구요.



 - 그리고 메인 스토리는...

 위에서 말 했듯이 '2세를 만들자!!'는 게 메인 이벤트이자 갈등이다 보니 19금 장면이나 설정들이 많이 나오고... 그것들이 하나 같이 다 정상이 아닙니다. ㅋㅋㅋ 건전하면서 상식적인 이야기 아니면 못 견디시는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아요. 목표가 애 만드는 것인 이야기인데 정상적인 섹스씬이 단 한 번도 안 나오지 뭐 당연한 귀결이겠죠. 

 그리고 등장 인물들이 죄다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 사형수들이고,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이 분들의 상태가 점점 더 안 좋아질 뿐더러... 결국 이들이 다 어떻게 되는지도 처음에 보여주고 시작하니 뭐. 많이 불쾌한 사건들이 줄곧 일어날 거라는 것도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겠죠. 


 다만 또... 그게 그렇게 견디기 힘들정도로 불쾌하진 않습니다? ㅋㅋㅋ 어째 적다 보니 이번 글은 계속 이런 전개를 반복하고 있는데요.

 암튼 내내 괴상하고 뒤틀리고 변태적인 느낌을 주는 이야기이지만 이 또한 대충 견딜만한 선을 크게 넘지 않아요. 

 이건 아마도 주인공의 캐릭터 덕인 것 같습니다. 우주선 안에서 별명이 '수도승'인 인물답게 다 함께 미쳐 돌아가는 와중에도 이 분은 일관되게 제정신을 유지하며 관객들에게 기댈 곳을 만들어 주거든요. 뭐 그 역시 사형수이고 아름답지 못한 과거가 있는 인물이지만, 적어도 이 우주선 안에선 괜찮습니다.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본격 저출산 극복 SF영화이기도 합니다. 국민 여러분, 애를 낳읍시다!!!)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보고 나서 생각이 명쾌하게 정리가 안 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글도 굉장히 횡설수설하네요.

 암튼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해 본 결과. 헨타이 아티스트 버전의 스페이스 오딧세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헨타이 SF 버전 창세기 리메이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종교적 상징, 신화적 요소, 거기에 인간의 욕망이라든가 죄책감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범벅이 되어 있고 계속해서 뭔가 '의미심장'한 것들이 쏟아져 내리는 영화입니다. 다 보고 나서 영화의 주제가 무엇이네, 어떤 장면에서 무엇이 의미하는 것은 뭐였네 이런 걸 따져가며 해석하고 추리하며 나만의 의미 만들기 놀이... 이런 걸 즐기기 딱 좋은 영화구요.


 하지만 무식하고 생각이 짧아서 그런 쪽으론 영 재능이 없는 제 입장에서 아주 단순하게 평하자면... 다소 불친절하고 불쾌하며 자주 불편하게 만들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제목에 적어 놓은 대로 대놓고 아트하우스 무비 쪽 성향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지루하거나 따라잡기 힘들지 않아요. 계속해서 흥미를 자극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스토리에 배우들 연기도 좋고... 뭣보다 결말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염세적이지 않은 게 좋았습니다. 뭐 마지막 장면은 당연히도(?) 모호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의미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겠습니다만. 착하고 고운 심성을 가진 저는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거든요. ㅋㅋㅋ


 다 비슷비슷한 장르물들 홍수에 살짝 질려서 좀 괴상한 체험을 해보고픈 분들께 추천합니다. 가끔 이런 영화도 봐 줘야 다시 오랫동안 무난한 장르물도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법이지요.



 + 로버트 패틴슨의 애 보는 연기는 꽤 괜찮더군요. 갑자기 이 배우에게 없던 호감이 좀 생겼습니다. 정말로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많이 애쓰고 있는 것 같아요.



 ++ 중간에 줄리엣 비노쉬가 보여주는 한 장면은... 하하하. '블루' 같은 영화를 보며 이 분 미모에 감탄하던 시절엔 20여년 후에 이 분이 나이 먹고 이런 연기를 하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죠. 사실 뭐 주인공은 로버트 패틴슨이라지만 이 영화를 가장 몸 바쳐 하드캐리하신 분이 줄리엣 비노쉬입니다. 본인 혼자 라스 폰 트리에 영화 캐릭터를 연기하시는 느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멀쩡한 사진 고르느라 힘들었습니다. ㅋㅋㅋ)



 +++ 패틴슨 딸래미는 아기 때도 귀엽더니 다 자란 모습은 정말 예쁘더라구요. 근데 진짜로 문자 그대로 '아기' 때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좀 신기했습니다. 패틴슨이 육아의 마술사였거나, 아님 꽤 시간을 두고 친숙해지는 단계를 거쳤거나... 아니면 미칠 듯이 많은 테이크를 가져가면서 간신히 뽑아냈거나. 아마 2번 아니면 3번이겠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제 그만 좀 감독님이 원하는 행동 한 번 보여줄 때도 되지 않았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9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62
115976 [EBS2 클래스e] 투자의 기초 underground 2021.06.07 332
115975 [넷플릭스] '스위트 투스-사슴 뿔을 가진 소년'을 보셔야 해요 [5] 노리 2021.06.07 1137
115974 서울의 오피스텔, 원룸, 옥탑방, 반지하, 그리고 4년만에 2배 뛴 아파트 [1] ND 2021.06.07 501
115973 <초바낭>잘 생긴 축구 선수가 이제는 없는 듯 [12] daviddain 2021.06.07 942
115972 알쓸범잡과 오은영선생님 같은 분이 필요한 시대 예상수 2021.06.07 501
115971 코로나 재개봉 영화들 [5] ally 2021.06.07 551
115970 [영화바낭] 존 르 카레의 첩보극 '모스트 원티드 맨'을 봤습니다 [10] 로이배티 2021.06.07 584
115969 Clarence Williams III R.I.P. 1939-2021 [1] 조성용 2021.06.07 229
115968 중권사마 어록 [4] 사팍 2021.06.07 687
115967 [넷플릭스바낭] 흔한 '나치를 죽이자!' 액션 영화, '오버로드'를 봤습니다 [16] 로이배티 2021.06.06 709
115966 듀나인)한 장면 가지고 아주 옛날 홍콩 영화를 찾습니다. [7] 밀키웨이 2021.06.06 517
115965 <축구> 벤제마,프랑스 [6] daviddain 2021.06.06 357
115964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2020) catgotmy 2021.06.06 407
115963 진중권 - 이준석의 고추 크기 논쟁 [15] Bigcat 2021.06.06 1740
115962 주말 잡담...(격려) [1] 여은성 2021.06.06 301
115961 프랑스 영화 잡담 [17] 어디로갈까 2021.06.06 633
115960 테슬라 지금 구입하는 것 어떻게 생각하세요? [10] 바깥 2021.06.06 715
115959 컨져링3를 보고 [1] 라인하르트012 2021.06.06 325
» [넷플릭스바낭] 고독한 예술가형 SF, '하이라이프'를 봤습니다 [9] 로이배티 2021.06.06 836
115957 [듀나인]시사주간지나 월간잡지 보시는 분 계신지요? [10] kurtgirl 2021.06.05 64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