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영화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53분.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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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가 꽤 다양하게 있던데, 이 포스터가 가장 영화 분위기나 내용이랑 맞는 것 같더군요.)



 - 비가 와장창창 내리는 밤. 한 남자가 기차역 부근에서 한 여자를 만납니다. 무척 조심스럽고 수상스럽게 접선을 하는데... 이후로 한참을 이어지는 플래시백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 남자는 조폭이구요. 구역 다툼 때문에 자기들끼리 치고 받고 하다가 경찰을 죽이고 지명수배 되었어요. 조직의 도움으로 좀 숨어보려고 중국어나 한자로는 뭔지 모르겠는 '와일드 구스 레이크'라는 지역으로 내려온 거죠. 원래는 아내가 데리러 나오길 기대했지만 뭔 사정인지 첨보는 여자가 와서 자길 데려가려 하는 그런 상황. 경찰은 완전 비상 상태로 이 양반을 쫓는 중이고 자기랑 싸운 계파의 조직원들도 이 양반을 쫓는 중이며 그냥 조직의 윗분들도 믿을 수 없는 상태인 데다가 고액의 현상금이 걸려서 시민들까지도 피해야할 상황. 그래서 그게 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믿을 수 없는 생면부지의 여자에게 의존하며 '거의 모두'에게 쫓기는 남자 이야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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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인 것처럼 스타트를 끊어주시고, 내내 분위기도 그렇게 잡으시는 분.)



 - 보다보면 스토리가 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당연히 저 남자가 이야기의 중심축이자 주인공... 인 건 맞아요. 계속해서 메인 스토리는 그 이야기를 따라 가구요. 초반에 길게 이어지는 플래시백 부분에서도 분명 그 남자가 주인공이며 이야기 속 액션도 혼자 다 합니다.


 근데 실제로 주인공인양 보여지며 직접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건 그 정체불명의 여자에요. 뭐 계속 제가 '정체불명'이라고 하고 있지만 정체는 별 거 아니구요. 그냥 그 근방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이고 조직에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려고 접선책 알바(...)격으로 이 여자를 보낸 거죠. 그리고 그래서 이야기가 좀 재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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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접니다?)



 일단 이 여자는 조직에도, 주인공격 남자에게도 아무 지켜야할 의리가 없어요. 그냥 남자를 신고해버리고 상금 받아서 멀리 튀어 버려도 될 사람이죠. 하지만 일단은 그러다 맞아 죽을까봐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건데, 나중에 상황이 꼬이고 꼬이면서 이 캐릭터에게 운신의 폭이 좀 생깁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는 이야기가 좀 흥미로워지죠. 돈이 엄청 필요한 여자니까 배신할 수도 있고. 하지만 그 남자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고 나름 조금은 의리도 생겼으니 지켜줄 수도 있겠고. 그 와중에 남자가 자신의 본심을 털어 놓는데 그걸 들어보면 또... 


 암튼 그렇게 이리 튈 수도, 저리 튈 수도 있는 캐릭터가 중심에 서서 나레이션도 없고 허심탄회한(?) 긴 대화도 없이 속내를 감추며 이야기를 끌어 나가니 나름 긴장감도 생기고 흥미도 생기고 그랬습니다. 또 이 캐릭터가 액션 따위 불가능한 물리적 약자라는 것도 한 몫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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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봐도 액션 같은 건 안 하게 생기시지 않았습니까. ㅋㅋ)



 - 주인공인 척하다 뒤로 물러 앉아 버리긴 하지만 '그 남자'도 캐릭터가 나름 괜찮아요. 처음엔 그냥 흔한 전투력 만렙의 허세 쩌는 간지남...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좀 진행되면서 이 양반의 속마음과 계획을 알게 되면 그래도 그나마 좀 괜찮은 구석은 있네? 싶어지구요. 덕택에 후로는 이 양반이 전담하는 액션씬들 역시 나름 몰입해서 보게 되더군요. 또... 


 스포일러라서 설명은 못 하겠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이 캐릭터가 보여주는 모습이 상당히 좋습니다. 처음엔 '음? 쟤가 왜 저러지?' 싶었는데 다 보고 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오히려 되게 자연스럽고. 되게 '사람이구나' 싶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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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경찰들의 늠름한 모습!!! ...이긴 한데. 옷차림이 저런 건 나름 은밀히 움직이시느라 그렇습니다.)



 - 스토리 자체는 참 별 게 없는 게 레알로 21세기 범죄물스럽구나 싶었습니다. 도입부에서 설명한 그게 다에요. 그 외에 대단한 드라마나 대단한 캐릭터 그런 거 없습니다. 충격적 반전도 없고 거대한 스펙터클도 없고 주인공 남자의 능력도 영화적 허용을 좀 눈감아주면 평범하게 잘 하는 정도구요. 막 카리스마 쩌는 악역이 나와서 명장면 연출하고 그딴 것 역시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다들 개같이 굴다가 개같이 죽어요.


 그리고 이렇게 대략 현실에 발 붙이고 전개되는 범죄물답게 시종일관 건조한 느낌을 유지합니다. 눈물 터지는 것도 없고 막 처절한 감정 드러내는 것도 없구요. 또 중간중간 '뭘 이렇게까지' 싶은 느낌으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동네의 풍경들을 자세히 보여주죠. 덕택에 '와 중국은 저런 문화도 있구나!' 라든가. '와 중국 하층민들은 저렇게 사는구나' 라든가. '와 중국 경찰들은...' 뭐 이런 느낌으로 영화를 '구경'하는 시간도 꽤 많았습니다. 흥미롭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제가 현대 중국 컨텐츠를 거의 안 보고 사는지라 신기한 게 많았어요. ㅋㅋㅋ


 암튼 그렇게 이야기 톤 자체는 동물의 왕국 느낌으로 건조하게 진행이 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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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남자의 아내 캐릭터입니다만. 딱히 막 남편을 뜨겁게 사랑하는 것도, 드라마틱하게 배신하는 것도 없고 그렇습니다. 영화 분위기가 그래요.)



 - 그 와중에 화면은 되게 예쁘고 폼나게 잘 찍어놨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뭐 대단한 '간지'를 추구하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폼난다'라는 건 어디까지나 아트하우스 필름 느낌으로 폼이 난다는 의미인데요. 영화 포스터에서 딱 느껴지는 컬러풀한 느낌이 시작부터 끝까지 갑니다. 보여지는 모습들은 대부분 허름하기 짝이 없는 빈민가의 풍경 위주입니다만. 그래도 어쨌거나 화면이 계속해서 폼나게 보기 좋아요. 찾아보니 감독이 애초에 그런 스타일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더라구요. 유난히 높은 이 영화의 로튼 토마토 평도 그런 영향이 좀 크지 않았을까 싶구요. 

 그래서 이래저래 종합적으로 꽤 잘 만든 영화구나 싶긴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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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게 찍어 놓았습니.... 다?)


 - 다만 뭐랄까... 뭘 얘기하려는 영화인지는 대충 알겠거든요. 아닌 척하면서도 선명한 메시지를 품고 있는 영화입니다. 스포일러라 말할 수 없는 결말을 보면 더욱 그런 느낌이 확고해지구요. 충분히 공감할만한 참으로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느꼈습니다... 만.


 영화의 성격이 좀 애매합니다. 그냥 스타일리시한 범죄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보기엔 장르적 재미는 그저 슴슴한 맛 정도? 인데 그렇다고해서 뭐 진지한 발언을 하는 궁서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보기엔 내용이 좀 미묘하게 가벼워요. 중국인들이 보면 더 잘 보이는 뭔가를 제가 캐치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뭐 암튼 제게는 좀 그런 애매한 면이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이쪽 저쪽으로 다 나쁘지 않은데, 이쪽으로든 저쪽으로든 그렇게 선명하지 않은 영화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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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래서 대체 이게 뭐하는 풍경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



 -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홍콩 느와르 같은 거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21세기 영화답게 그런 과장된 허세도 적고 막 의리! 우정!! 이런 거 외치는 이야기도 아니구요. 리얼리즘을 발판으로 삼고서 오히려 그런 '남성 범죄자의 로망' 같은 걸 오히려 배격하는 방향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방금 말했듯이 재미면에서는 뭐. 괜찮긴 한데 아주 큰 기대는 하시면 안 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중국 본토에서 생산된 잘 뽑혀 나온 본격 장르물이란 이런 느낌이구나' 라는 생각 때문에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구요. 

 하지만 뭐. 결론적으로 특별히 부족한 구석 없이 종합적으로 잘 빠진 느와르/스릴러 영화였습니다. 저처럼 '요즘 중국에서 만드는 오락 영화는 어떤 느낌이지?' 이런 거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보세요. ㅋㅋㅋ




 + 사실 전 계륜미 계륜미 이름만 들었지 실제 출연작을 본 건 이게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주인공 여자가 계륜미인지 남자의 아내가 계륜미인지 모르고 봤어요. ㅋㅋ 매력적이시네요. 연기도 괜찮고. 근데 제가 아는 이 분 출연작이 '말할 수 없는 비밀' 뿐이어서 좀 당황했네요. 내내 그런 로맨스물 찍으며 살고 계셨을 줄.



 ++ 글은 지금 올리지만 실제로 본 건 12월 31일 밤이었어요. 2021년에 마지막으로 본 영화를 2022년 첫 영화글로 올리네요... 라고 적고 보니 아무 의미 없군요. 어쩌라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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