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작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54분입니다. 장르는 뭐 그냥 일본풍 사이코 스릴러 정도. 스포일러는 안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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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어를 모르는 저같은 사람은 포스터만 보면 로맨스물로 착각할 수 있을지도...)



 - 정확한 연도는 안 나오지만 대략 사람들이 아직 MP3보다 CD로 음악을 듣던 시절. 폴더폰으로 사각사각 픽셀이 다 보이는 사진을 찍던 시절 정도 됩니다. 세기말, 세기 초 정도라고 생각하면 대충 맞을 것 같구요.

 

 배경은 대략 산골 마을. 주인공은 전학온 지 몇 개월 된 전교의 왕따 여학생이에요. 근데 애초에 산골 분교이고 학생이 없어 조만간 폐교 예정이라 전교생 해봐야 20명도 안 되는 곳이라고 하고. 어쨌거나 주인공은 시작부터 그 학교의 잘 나가는 양아치 패거리에게 아주 빡세게 이지메를 당하고 있죠. 과묵하고 덩치크고 상냥한 남학생 한 명이 나름 편을 들어 주지만 내내 따라다니며 지켜주는 것도 아니니 한계가 있구요.

 그런데 보니까 주인공네 가족은 다들 아주 멀쩡하고 자상하며 생각 깊은 양반들입니다? 주인공이 이지메 당하는 상황도 다 알고 있구요. 그래서 이 상황이 말이 되나... 하는 찰나에 부모가 '너 졸업도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남은 기간은 결석해라. 고등학교는 다른 곳으로 가자' 라고 제안합니다. 아, 그렇게까지 바보 같은 영화는 아니겠구나? 하고 안심을 한 저였지만 그건 앞으로 펼쳐질 환따스띡한 막장 전개를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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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의 그 분, 주인공입니다. 일본 청순 여학생의 정석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네요. 다른 머리는 하면 안 되는 걸까요?)



 - 벌써 여러 번 했던 얘기지만, 전 완성도 관계 없이 그냥 막나가는 영화를 보며 깔깔대고 싶을 때 일본 영화를 고릅니다. '어째서 일본산인데?' 라고 물으신다면 만든 사람들의 태도 문제라고 답을 하겠어요. 따지고 보면 세상에 괴상망측한 작품들은 아주 흔하지만, 일본산 괴작들은 뭐랄까. 자기들이 괴작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 전혀 없이 진지하게 만든 느낌이 나거든요. 이게 무슨 소리냐면...


 그러니까 vod 서비스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인디 괴작들과 신정원 영화의 차이와 비슷한 겁니다. 인디판에서 만들어진 괴작들 중엔 그런 모양새를 처음부터 의도해서 그렇게 된 영화들이 많죠. 이런 영화들을 보면 내내 '나의 괴상함을 보아줘 느껴줘 감탄해줘!!'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좀 민망하고 부담스럽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신정원 감독의 영화들은 '아, 그냥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이 분의 영화들이 재밌었던 거죠.


 이상한 뻘소리를 한참 하고 있는데, 그냥 포인트는 이겁니다. 이 '노루귀꽃' 또한 아주 진지하게 만들어진 괴작, 혹은 망작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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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큼하게 웃고 있는 우리의 학폭 가해자님들)



 - 글 제목과 줄거리 소개에서 이미 말했듯이 이지메가 중심 소재입니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가 강간 복수극이라면 이건 이지메 복수극인 거죠. 그냥 그 장르에서 주인공이 당하는 고난의 성격만 바꿔 놓았을 뿐 전개 방식은 거의 같아요. 초반엔 주인공이 당하는 이지메의 모습들을 아주 자극적으로 보여준 후 극한 상황까지 내몰린 주인공이 각성(?)해서 피의 복수에 나서는 거죠. 당연히 그 복수에는 피칠갑과 사지 절단이 동반되구요.


 그냥 일차적으로 생각해보면 아주 나쁜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성폭행만큼이나 이지메는 심각한 문제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구요. 특히나 일본 아닙니까. 이지메 문제로는 한국인들에게 영감(...)을 준 선배 국가의 빛나는 위상이 있죠. 


 아니 뭐 한국에 그런 문제가 없었는데 일본 때문에 생겼다는 소리는 당연히 아니구요. 그냥 이런 폭력적 따돌림의 개념을 먼저 정립해서 한국 사람들에게 알려준 게 일본이었다는 옛날옛적 기억이 떠올라서 해 본 얘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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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닝타임 30분 후엔 이렇게...)



 - 하지만 당연히 망했습니다. 전혀 와닿지 않아요. 와닿지도 않고 그래서 나중에 특별히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도 없죠. 왜냐면...


 일차적으로 과장과 비약이 너무 심합니다. 주인공이 당하는 험한 일들까진 납득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얘들이 선생까지 괴롭히는 건 좀 난감했구요. 학교에 찾아온 주인공 부모를 압정 꽂은 실내화로 발길질해서 계단에 굴려 버렸는데도 부모가 아무 말 않고 집에 돌아가 반창고만 붙이고 있는 부분까지 가면 이건 무슨 아포칼립스물인가 싶구요. 백주대낮에 집으로 몰려가 가족들을 석궁으로 쏘고 몸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붙이는 대목까지 가면... 엄...;


 그리고 오로지 관객들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주기 위한 일념으로 들어간 반전과 반전과 반전도 문제입니다. 네, 반전이 계속 나와요. 근데 그게 '이지메'라는 소재를 완전히 망쳐 버린다는 게 문제입니다. 당연히 설득력 따윈 1도 없는 반전이 연타로 쏟아지면서 결국 이지메는 초반 떡밥이었을 뿐 사실 이러저러한 사연이 있었더래... 라는 식으로 흘러가 버리거든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복수의 쾌감도 다 희석되어 날아가 버리죠. 그래서 결국 마지막엔 전형적인 일본 오타쿠 작품들의 흔한 사이코패스 살인극 이야기로 마무리 되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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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도 피해자도 너도 나도 사이코패스. 제목을 '모두가 사이코패스'로 바꾸는 편이 더 어울렸겠다 싶기도 하구요.)


 

 - 그 외에도 뭐... 그냥 거의 모든 게 문제에요.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다 너무 극단적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설득력이 없구요. 이야기의 개연성은 처음부터 아예 포기해버린 것 같고. 또 피칠갑 싸움 장면들은 특수 효과가 너무 허접해서 웃음거리인 데다가. (사람이 제설차에 깔리는 장면이 한 번 나오는데, 그냥 차에 닿자마자 펑! 하고 터져 버립니다. ㅋㅋㅋ) 액션 장면의 구성도 하찮기 그지 없어요. 특히 우리 주인공 소녀님은 무슨 흉기 생성 능력자라도 되시는지, 누구에게 한 대 맞고 뻗으면 눈이 왕창 쌓인 황량한 들판에서도 매번 손 닿는 거리 안에 흉기가 매우 어색하게 불쑥... ㅋㅋㅋㅋ 

 뭐 마지막 장면이 어이 없이 감성 터지는 엔딩으로 마무리 될 거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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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영화, 드라마들 속 '무능한 교사' 캐릭터들 중에서도 단연코 갑 중의 갑 자리를 드려야할 분이 등장합니다.)



 - 굳이 장점을 찾아볼까요.

 일본 영화들이 다 그렇듯 예쁜 배우들이 많이 나옵니다... 만. 그렇게 대단히 예쁘고 잘생긴 분들까진 안 나오구요.

 주인공에게 참으로 일관되게 붉은색 포인트를 준 의상을 입히는데. 영화 내내 하얗게 사방을 뒤덮은 눈밭과 어우러져 그림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음... 더 이상은 도저히 무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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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그림은 예쁘긴 합니다.)



 - 마무리하겠습니다.

 어차피 망작을 보고 싶었던 거였고 이 정도면 제 기준 망작의 조건을 상당히 잘 충족시켰기에 감상에 후회는 없습니다만. 어설프게 자꾸 진지한 이야기인 척, 몰입해야할 비극인 척하는 태도 때문에 크게 만족스럽진 않았네요.

 뭣보다 두 시간 가까이 되는 런닝타임에 40분도 안 되어서 한 방에 3킬을 하며 복수를 시작하는 영화 주제에 중후반이 많이 늘어져요. 쓸 데 없는 반전들 때문인데, 적당히 쳐내고 80분쯤 되는 영화로 만들었으면 그래도 끊임 없이 이어지는 자극적인 장면들 때문에 지루하진 않았을 텐데. 아쉬웠네요.

 그래서 결론은, 아무도 보지 말아야 할 영화입니다. 이거 보실 시간 있으시면 그냥 뭐가 됐든 이거 말고 다른 영화를 보세요. 그럼 성공하신 겁니다.

 


 + 제목인 '노루귀꽃'이란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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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끝나갈 때쯤에 눈을 뚫고 꽃을 보여준다... 면서 무슨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처럼 언급되는데.

 영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판단한다면 아마도 나중에 눈 녹으면 여기저기 불쑥 나타날 시체들을 의미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원작은 만화책이라고 하네요. 막장, 고어로 마니아들에게 나름 유명한 작품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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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런 비교짤도 돌아다니고 그럽니다만. 워낙 현실과 거리가 먼 그림체라 별 의미가 없군요. ㅋㅋㅋ



 +++ 어차피 아무도 안 보실 거고 부디 그러시길 바라지만 암튼 웨이브로 봤습니다.

 웨이브에도 생각보다 (이상한) 영화가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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