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 베이비 Shiva Baby (2020)

2021.09.03 23:55

DJUNA 조회 수:1731


엠마 셀리그먼의 [시바 베이비]는 셀리그먼 자신의 동명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한 작품입니다. 단편도 Vimeo에서 보실 수 있는데, 기본 스토리는 거의 같지만 장편이 훨씬 강렬합니다. 아이디어가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뽑아내려면 장편의 러닝타임이 필요했던 거죠. 그렇다고 아주 긴 작품은 아니에요. 딱 78분. 이보다 더 길었다면 필요이상으로 고통스러웠을 거예요. 지금도 고통스럽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딱 맞는다는 느낌이거든요.

제목의 '시바'는 유대교 장례식의 애도기간을 의미합니다. 영화의 주인공 다니엘은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누군지도 모르는 이웃의 시바에 참석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부글거려 좁아터지는 집에 말 그대로 감금되는데, 이 감금상태는 영화가 끝날 무렵에 간신히 풀립니다.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이 폐쇄공포증적인 상황에 대한 공포인데, 이걸 제대로 살리려면 주인공을 압박하는 러닝타임이 1시간 정도는 되어야 했던 거죠.

다니엘의 경험은 현대 미국 중산층 유대계 커뮤니티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보편적이기도 합니다. 추석과 같은 명절 때 별로 같이 있고 싶지 않은 친척들과 부대끼던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시바 베이비]는 그 상황의 공포와 불편함을 극도로 부풀린 작품입니다. 이 상황을 다른 문화권에 접목해 리메이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니엘은 이런 상황에서 표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로스쿨에 진학할 예정인 이웃 친구 마야와는 달리 끊임없이 전공을 옮겼고 지금 전공으로 뭐를 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친척들로부터 듣기 싫은 잔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지요. 여기엔 개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다니엘은 슈가 대디 서비스에 가입해서 나이 많은 남자와 섹스를 한 뒤 용돈을 벌고 있는데, 하필이면 그 남자가 아내와 함께 그 시바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늘 비교대상이 되는 마야는 한 때 애인사이였고 지금도 감정이 남아 있지요.

그렇지 않아도 분주한 공간이 이 정도면 거의 폭발직전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코미디의 리듬을 타면서도 이 상황의 공포를 서스펜스물이나 호러물처럼 진지하게 다룹니다. 장르의 도구를 이용해 코미디를 과장하는 게 아니예요. 영화는 진짜로 진지한 호러입니다. 관객들은 웃으면서도 이 공포의 진지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이 개인적인 요소들은 감독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셀리그먼은 다니엘이 그런 것처럼 양성애자 유대인 여성이고, 슈가 대디 사이트에도 한 번 가입한 적 있다더군요. 이 사람의 차기작 계획을 보니, 이 경험을 다른 작품에서도 반영할 생각인 모양입니다. (21/09/03)

★★★☆

기타등등
단편 버전은 여기에 있습니다. 장편도 곧 왓챠에 풀릴 거 같아요.
https://vimeo.com/282335881


감독: Emma Seligman, 배우: Rachel Sennott, Molly Gordon, Polly Draper, Danny Deferrari, Fred Melamed, Dianna Agr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1131714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9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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