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싸 Qissa: The Tale of a Lonely Ghost (2013)

2013.10.10 09:08

DJUNA 조회 수:7044


1947년, 파키스탄이 인도로부터 독립하자, 시크 교도인 움베르 싱은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납니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그에게 걸리는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지금까지 딸을 셋 낳았던 아내가 낳은 아기가 이번에도 딸이었던 거죠. 여기서 그는 관객들이 "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라고 외칠만한 일을 저지릅니다. 딸을 그냥 아들로 키우기 시작한 거예요.

[키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느 정도까지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가부장사회의 딸부자 아버지가 새로 생긴 여자아이를 아들로 위장해 키운다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만 그래도 우리는 이런 상황을 옛날 이야기나 전설의 도구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와 같이 완벽한 은폐가 가능하려나요? 심지어 영화를 보면 막내의 '누나들'도 동생이 여자애라는 걸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 [키싸]는 '민화'를 의미하는 아랍어라니,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동안 이런 소소한 의심 따위는 접어야 하나 봅니다.

움베르의 집착은 그의 '아들' 칸바르가 이웃의 집시 소녀 닐리와 얽히면서 더 고약해집니다. 시치미 뚝 떼고 둘을 결혼시킨 것이죠.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움베르는 자신에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한국 관객이 아니어도 '폐륜'이라고 선언할 수밖에 없는 끔찍한 일이죠. 다행히도 칸바르는 아버지가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관객들은 칸바르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할 겁니다. 그건 칸바르도, 닐리도, 심지어 감독도, 작가도 확신할 수 없는 질문이죠. 오로지 움베르 싱만이 답을 갖고 있지만 그건 오답입니다. 칸바르는 남자가 아니니까요. 하여간 이 질문이 던져지면 움베르를 제외한 모두가 갈팡질팡합니다. 심지어 이 혼란은 비교적 단순한 캐릭터인 닐리에게도 옮겨가요. 닐리는 칸바르가 여자라는 걸 알아차리고 여자로 살라고 요구하면서도 그 옆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버리지도 않으니까요.

후반부터 영화는 초자연적인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스포일러는 아니죠. 부제부터 귀신이라는 단어를 떡 달고 있으니까요. 여기서부터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초자연현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현실적인 설명을 하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그냥 귀신이 나오는 초자연현상으로 이해하는 게 가장 간단합니다. 어느 쪽이건 이 영화의 귀신은 두 여자 주인공의 삶을 방해하고 위협하는 가부장제도의 위협을 대표합니다.

단지 이 귀신 설정은 영화가 의도하는 옛 전설과 같은 단순함을 얻는 데엔 실패하고 있습니다. 좋은 배우들이 강렬한 존재감과 호연을 보여주고 있고, 내용 자체는 여전히 심금을 울리지만, 그래도 설정이 주어진 이야기를 완벽하게 꾸려내기엔 지나치게 복잡하고 인위적인 것이죠. (13/10/10)

★★★

기타등등
센텀시티 CGV 스타리움 관에서 봤습니다. 필름 상영이었는데, 릴이 바뀔 때마다 계속 타이밍을 몇 초씩 놓치더군요. 이제 필름 상영도 제대로 못하는 바보 극장이 되어가는 건가요.


감독: Anup Singh, 배우: Irrfan Khan, Tillotama Shome, Rasika Dugal, Tisca Chopra, Faezeh Jalali, Sonia Bindra, 다른 제목: Qissa, Qissa: The Ghost is a Lonely Traveller

IMDb http://www.imdb.com/title/tt233477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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