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뮤지스 오브 스타 엠파이어 (2012)

2013.10.21 01:08

DJUNA 조회 수:11546


[나인뮤지스 오브 스타 엠파이어]는 9인조 걸그룹 나인뮤지스의 데뷔 준비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보통 이런 소재는 케이블 텔레비전용이지만, 이 작품은 국제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극장용 영화입니다. 어쩌다가 이런 소재가 나왔는지, 어쩌다가 나인뮤지스가 주인공이 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이 영화는 얼마 전에 기대이상으로 유명해졌는데, 그건 BBC 월드에서 이 영화를 반으로 줄인 재편집본을 방영했기 때문이죠. 그 프로그램은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 리얼리티 쇼와는 성격이 많이 다른 작품입니다. 홍보용 영화와는 거리가 멀죠. 캐릭터들을 호감가게 소개하고 곡을 알리는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영화가 관심이 있는 건 팀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나인뮤지스를 통해 케이팝 내부에서 일하는 평균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취급을 받고 어떤 결과는 내느냐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 의도를 생각해보면 나인뮤지스의 선택은 나름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은 소녀시대처럼 스타도 아니고 척 보아도 단번에 그 정도 위치에 오를 수준이 아닙니다. 그냥 적당히 예쁘고 노래와 춤이 조금 되는 어중이떠중이를 모아 놓았는데, 선정기준은 재능도 외모도 아닌, 키와 체중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가 끝날 무렵에도 이들은 그리 발전한 구석이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연예계 생활과 훈련을 견디지 못해 탈퇴하는 멤버들이 생기고요.

그러는 동안 영화는 우리가 이런 한국 연예계에서 일어날 거라고 대충은 생각하고 있던 과정들을 보여줍니다. 냉정한 중년 한국인들(주로 남자들)이 예쁘장하고 어린 여자애들을 모아 구박하고 얼러대면서 그들이 원하는 상품으로 만들어내려고 기를 쓰는 모습이죠. 전 그들을 특별히 나쁘게 보지는 않으려 했습니다. 그들이 이 직종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한국 중년 남자들이 조카뻘 되는 어린 여자들 앞에서 보스 행세를 하는 걸 영화가 예쁘게 그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탈퇴한 멤버들과 새로 들어온 멤버까지 다 합쳐서 열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나오고 여기에 스타 제국의 사람들까지 다 합하면 만만치 않은 출연진을 과시하는 영화입니만, 관객들이 감정이입하고 한 명의 캐릭터로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중반까지 리더였던 멤버 류세라입니다. 류세라는 유일하게 자기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는 멤버이고 연예인으로서 자질과 프로페셔널리즘이 보이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면 당연히 이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그래도 원래 나머지 멤버들이 그렇게까지 존재감이 없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워낙 멤버들이 많고 러닝타임의 한계가 있다보니 류세라에게 집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어요.

영화는 첫 데뷔가 혹평을 받고 8인조로 줄어든 팀이 두 번째 노래로 활약하는 중에 끝이 납니다. 전 이 팀을 [피가로]라는 노래로 처음 알았는데, 그건 이 영화가 끝난 뒤의 일인가 봅니다. 영화의 결말은 희망 없이 암담하기 짝이 없는데, 그래도 팀이나 멤버 이름들이 가끔 들리고 노래도 제 귀에 익을 정도라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성공한 모양입니다. 안심이 되는군요. 지금 쯤이면 나인뮤지스의 멤버들도 이 다큐멘터리를 비교적 편하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3/10/21)

★★★

기타등등
DMZ 영화제에서 봤는데, 프레이밍이 잘못되어서 화면 윗부분이 조금 가려지더군요. 다음 상영 때는 신경써서 확인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감독: 이학준, 배우: 세라, 현아, 이샘, 이유애린, 은지, 혜미, 민하, 라나, 재경, 비니, 다른 제목: Muses of Star Empire

IMDb http://www.imdb.com/title/tt251296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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