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님의 1번 주제에 의한 듀나의 변주

2010.03.06 11:14

DJUNA 조회 수:8580

주제
A horror fantasy/period piece where Cha Seung-won plays a non-smiling swordsman with a deep scar on his left face, who gets embroiled in a power struggle between Queen (played by Jeon Do-yeon) and Prime Minister (played by Ahn Sung-ki). The first scene guest stars Jang Dong-gun, a freedom fighter who challenges Queen's court and is promptly beheaded by Queen's female guard (Kong Hyo-jin) in less than 2 minutes into the movie. Jang's head makes a cameo near the climax of the film (Queen keeps the head as a living souvenir).

변주
프롤로그. 장동건 자객이 전도연 여왕이 사는 궁궐로 잠입합니다. 파수병 둘을 활로 쏘아죽이고 폼나게 잠입한 장동건은 여왕의 침실로 들어갑니다. 전도연 여왕은 거의 어린 소녀처럼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습니다. 잠시 주저하던 장동건 자객은 마음을 굳게 먹고 칼을 뽑아 듭니다. 그 때 픽 하는 소리와 함께 칼을 든 그의 오른 팔이 날아가버립니다. 뒤를 돌아보니 로봇처럼 무표정한 얼굴의 공효진 보디가드가 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장동건은 고함을 질러대며 공효진에게 달려들지만 곧 그의 머리가 날아가 버립니다. 장동건의 고함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달려옵니다. 공효진은 그들을 돌려보내고 아직도 잠들어 있는 여왕의 취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장동건이 걷은 장막을 다시 치고 물러납니다.

몇 개월 뒤. 왼쪽 얼굴에 심한 흉터가 있는 차승원 검객이 국경을 건넙니다. 검객이 맨 처음 마주친 건 비교적 잘 차려입은 산적 무리들. 처음엔 그들을 무시하려던 차승원은 계속 산적들이 그에게서 돈을 뜯어내려하자 그들을 모두 베어 죽입니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건 나이 든 산적 두목. 그나마 목숨이 붙어 있는 두목은 자신의 위치에 맞는 명예로운 죽음을 원합니다. 알고 봤더니 이 산적들은 모두 추방당한 이 나라 귀족들입니다. 이런 식으로 먹고 살고 돈을 모으며 훗날을 대비했던 거죠. 하지만 그건 차승원이 알 바 아닙니다. 그는 두목도 다른 산적들과 마찬가지로 무신경하게 죽여버린 뒤 목을 따버립니다.

차승원은 국경인 골짜기를 넘어 평원에 접어듭니다. 백성들은 잘 사나 봅니다. 다들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서 혈색이 좋습니다. 아마 너무 좋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평원에는 지나칠 정도로 붉은 기가 강합니다. 저수지에서 논밭으로 흐르는 물에는 실제로 핏기가 녹아 있습니다.

차승원은 가까운 관공서를 찾습니다. 관공서에 들어선 그는 짊어지고 있던 자루에서 산적들의 머리들을 꺼내 탁자 위에 풀어놓습니다. 모두 현상금이 붙어 있는 작자들이라 그 돈만 챙겨도 평생 먹고 살 만한 밑천을 잡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관공서의 우두머리는 그에게 사례를 하겠다고 하고 잠자리를 제공해줍니다.

밤. 갑자기 칼을 든 자객들이 차승원의 방으로 뛰어듭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눈치챈 차승원은 이미 그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죠. 차승원의 칼에 자객들은 모두 팔다리나 목이 잘려나갑니다. 마지막에 뛰어든 자객은 바로 아까 사례하겠다던 우두머리입니다. 알고 봤더니 그 산적 두목은 우두머리의 스승이고 은인이었던 겁니다. 물론 같은 파벌이었고요. 차승원은 짜증이 단단히 났습니다. 그는 저주를 퍼붓는 우두머리의 목을 말없이 잘라 자루에 담고 사원으로 가 장례 준비 중인 두목의 머리도 챙긴 뒤 그 자리를 떠납니다.

이제 차승원은 수도에 도착했습니다. 궁궐에 도착한 그는 여왕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한 손으로는 칼을, 다른 한 손으로는 산적 두목의 머리를 흔들어대자 그 억지가 통합니다. 드디어 차승원은 궁궐 안에 들어옵니다.

전도연 여왕과 안성기 총리가 그를 맞이합니다. 공효진 보디가드가 뒤에서 여왕을 지키고 있고요. 차승원은 두 사람의 머리를 자루에서 꺼내 보상을 요구합니다. 안성기 총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 땀이 흐릅니다. 전도연 여왕은 천진한 목소리로 그를 놀려댑니다. 안성기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산적 두목과 같은 파벌이었고 그와 어린 시절 친구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안성기 총리가 불안한 심정으로 떠나자, 여왕은 차승원 검객에게 자기 밑으로 들어오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차승원은 엄청난 금액을 요구합니다. 여왕은 그가 그만한 돈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안마당에 즉석 검투장을 만든 여왕은 처형 준비 중인 귀족들 열 명에게 무기를 주어 그 안에 풀어놓습니다. 차승원은 약간 애를 먹지만 결국 열 명을 모두 처형합니다. 여왕은 그에게 벼슬을 약속합니다.

차승원은 궁궐에 머물면서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찰합니다. 선왕의 말단 후궁의 딸로 태어난 여왕은 (늑대의 배에서 태어났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12살 되던 해에 선왕이 죽자 후계자인 오빠들을 충동질해 서로를 죽이게 만든 뒤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 뒤로 공포정치가 시작됩니다. 여왕은 당시 실권을 쥐고 있던 귀족들의 권한을 대부분 박탈하고 반항하는 자들은 처형했습니다. 그 나라의 국교 역시 자신의 취향에 맞게 뜯어 고쳤고요. 수많은 쿠데타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제압되었습니다. 죽어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들은 모두 가축의 먹이나 거름이 되었습니다. 귀족들에겐 증오의 대상이지만 백성들에겐 인기 좋습니다. 궁궐에서 흘러나오는 거름과 핏물 때문에 농사가 잘 되고 가축들도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네들을 착취하던 귀족들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요.

슬슬 안성기 총리가 차승원에게 접근합니다. 총리는 배반자지만 여왕의 편도 아닙니다. 그는 어떻게든 여왕을 제거하고 이전의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미 그는 여왕 주변의 신하들을 모아 세력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복고주의자들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공효진 보디가드와 싸워 이길만한 검객이 필요합니다. 그들이 보기에 차승원은 실력이 좀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차승원은 어물쩍거리며 그 제안을 거절합니다. 대신 그는 총리에게 친구를 배신한 소악당에 대한 매정한 우화를 들려주고 자리를 뜹니다.

이제 차승원에겐 이중의 권력이 생겼습니다. 여왕의 직속부하이니 실제 권력도 어느 정도 있습니다. 게다가 안성기 총리의 비밀도 알고 있으니 협박범의 권력도 있지요. 여왕은 주변의 음모를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나처럼 순진한 태도를 취하고 있고 안성기 총리는 두려워 죽을 지경입니다. 그는 한 두번 자객을 보내지만 차승원은 이번에도 그들을 가볍게 물리칩니다. 얄밉게도 그는 그 뒤에도 안성기 총리를 밀고하지 않습니다.

일단 차승원을 포기한 안성기 총리는 그 나라 국교의 우두머리 사제와 결탁합니다. 우두머리 사제는 거의 배교한 심정으로 자리에 붙어 있었던 터라 반갑게 총리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사제를 통해 안성기 총리는 여왕이 다가오는 월식 때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정체불명의 제식이 준비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시체들이 제물이 되기 위해 수입됩니다. 곳곳에 구경오라고 방도 붙었습니다. 백성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분명히 먹을 건 공짜일 거고 운이 좋으면 재수없는 귀족들의 처형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동안 여왕은 서서히 차승원에게 수작을 겁니다. 공공연한 성적 유혹을 하는 게 아니고 차승원만 이해할 법한 수수께끼 같은 말과 태도로 서서히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겁니다. 여왕은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이 모든 일들을 직설적이고 효과적으로 해냅니다. 차승원은 처음으로 그의 감정을 드러내 보입니다. 그가 평정을 잃은 걸 알아차린 여왕은 같은 어조로 그녀를 위협하는 총리와 일당들을 조롱합니다.

점점 날씨가 이상해집니다. 붉은 안개가 성산에서 내려오고 죽은 물고기가 떠오릅니다. 몰래 여왕의 음모를 캐기 위해 사원에 잠입했던 안성기 총리의 아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맨손으로 돌아와 유서도 남기지 않고 자살합니다.

차승원은 여왕의 명령을 받고 그 나라 사람들이 성인으로 여기는 도사 비슷한 영감을 찾아갑니다. 차승원은 알 수 없는 경고를 지껄이는 도사를 죽인 뒤 그의 가슴을 가르고 갈비뼈를 쪼개 아직도 뛰는 심장을 꺼냅니다. 그는 여왕이 준 예쁜 보석 상자 안에 심장을 넣어가지고 궁궐로 돌아옵니다. 여왕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상자를 열어 선물을 확인한 뒤 차승원에게 상을 내립니다. 처음으로 그는 여왕이 두려워집니다.

엄청난 풍년(물론 곡식들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붉긴 하지만 백성들은 신경도 안 씁니다) 때문에 여왕의 인기는 하늘을 찌릅니다. 이미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한 여왕과 더이상 대면할 수 없는 안성기와 일당들은 달아납니다. 달아난 그들은 한 동안 포기했던 암살 음모를 다시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차승원과 공효진이 여왕의 앞에 버티고 있습니다.

안성기는 차승원을 다른 식으로 제거하려 합니다. 그는 부하를 시켜 차승원의 술에 독을 탑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차승원은 술을 반 정도 마셨을 때 독살범의 표정을 읽습니다. 그는 술을 토해내려 하지만 독살범은 그의 입을 틀어막습니다.

차승원의 온 몸이 마비되자 독살범은 그런 그를 궁궐에서 몰래 끌어냅니다. 이류 악당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는 차승원을 그냥 죽이지 않습니다. 뭔가 엄청나게 잔인한 방법으로 복수하고 싶은 겁니다. 물론 차승원이 지금까지 죽인 수많은 사람들 중엔 독살범의 가족도 포함되어 있겠죠. 독살범이 노린 복수의 방법은 그를 산짐승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는 차승원을 산 길에 던지고 장갑과 신발을 벗긴 뒤 짐승들을 유혹하기 위해 피를 냅니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습니다. 피가 흐르자 그와 함께 독기도 빠지면서 차승원은 간신히 힘을 되찾습니다. 그는 단도로 독살범을 찌르고 그에게서 빠져 나옵니다. 독살범은 물론 죽겠죠. 냄새맡고 온 산짐승에게 산 채로 물어 뜯기는 장면을 웃기지 않게 묘사할 수 있을까요?

차승원은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생각이 없습니다. 그는 독살범의 잔해 속에서 안성기의 편지를 발견하고 그의 은신처를 알아냅니다. 몸이 어느 정도 완쾌되자 그는 은신처로 뛰어듭니다. 물론 그에게 덤벼드는 안성기의 부하들은 다 죽거나 치명적인 신체 손상을 입습니다. 이제 우린 차승원이 왜 안성기에게 그렇게 모호한 태도를 취했는지 알게 됩니다. 안성기는 그의 부모를 죽인 원수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가 저지른 수많은 배반들 중 가장 잔인한 것이 차승원의 부모에게 한 짓이었지요. 물론 차승원의 얼굴 상처도 그 때 입은 것입니다. 그 뒤에 그가 겪은 맘 고생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이제 안성기의 목숨은 차승원의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죽여야 잘 죽였다고 소문이 날까요?

안성기와 일당들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그들은 결정을 내립니다. 차승원에게 안성기를 줍시다. 그래서 차승원이 만족하면 차승원에게 여왕을 죽이라고 시키는 거예요. 그 정도면 공평하지 않습니까? 차승원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안성기는 동의하지 않고 달아납니다. 안성기의 일당들은 그런 그를 잡아 끌고 차승원에게 데려갑니다. 차승원은 안성기를 아주 잔인하게, 그러니까 루치오 풀치 + 허셀 고든 루이스식으로 죽입니다. 눈알이 튕겨나가고 얼굴 가죽이 벗겨지고 열 손가락이 잘려나간 양손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솟아나옵니다. 차승원은 난도질 당한 안성기의 몸뚱이가 꿈틀거리는 걸 말 없이 지켜봅니다. 안성기의 숨이 끊어지자 차승원은 여왕을 죽이겠다고 선언합니다.

드디어 제식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장작과 제물들이 궁궐에 도착했습니다. 공효진의 지휘 아래 사제들은 그 제물들을 불길한 구조로 쌓은 제단 위에 올려놓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하늘은 점점 붉어지고 공기에서는 유황 냄새가 납니다. 그래도 즐거운 백성들은 제식을 구경하러 궁궐 주변으로 모여듭니다. 그들 사이에는 여왕이 죽는 바로 그 순간 궁궐에 진입하기 위해 무장한 반군들이 숨어 있습니다.

돌아온 차승원은 이제 여왕이 머무는 처소로 다가갑니다. 부하들은 그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효진 보디가드는 다릅니다. 보디가드는 자기만이 무장할 수 있는 처소에 왜 칼을 들고 왔냐고 그를 다그칩니다. 얼렁뚱땅 넘기려던 차승원은 그게 안 통하자 공효진과 결투를 벌입니다. 막상막하의 대결이 펼쳐지지만 공효진이 약간 위입니다. 그러나 차승원은 공효진이 그의 숨통을 끊으려는 바로 그 순간 줄을 당겨 커다란 날이 달린 정체불명의 무기를 공효진의 몸에 떨어뜨립니다. 공효진의 허리는 두 동강이 납니다. 그런데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붉지 않고 검습니다. 더 당황스러운 건 공효진이 여전히 살아있고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공효진의 상체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난 하체의 다리를 잡고 기어오릅니다.

드디어 전도연 여왕이 등장합니다. 제식에 참여하기 위해 엄청 화려하게 차려 입었고 화사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여왕은 요릭의 해골을 든 햄릿처럼 장동건의 머리를 들고 공처럼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다른 한 손에는 아직도 뛰고 있는 도사의 심장을 가지고 있지요. 마치 장난감과 학교 숙제를 양손에 쥔 소녀처럼, 여왕은 양쪽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차승원은 여왕의 심장을 향해 칼을 휘두릅니다. 처음엔 빗나갔지만 두 번째엔 어깨를 찌르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여왕은 공효진처럼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습니다. 차승원은 드디어 여왕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물론 그 제식 역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잡신에게 소원을 비는 것 따위가 아닙니다. 월식이 계속되는 동안 그 제식이 진행되면 인간들의 세상은 종말을 고할 것입니다.

동강난 창 두 개로 상체와 하체를 고정한 공효진 보디가드는 차승원을 뒤로 잡아끕니다. 차승원은 공효진의 발에 깔리고 전도연 여왕은 친절하게 고개를 숙여 그를 내려다봅니다. 여왕은 묻습니다. 과연 너는 이 쓸모없는 것들이 세상을 지배하길 바라느냐고. 이들에게 미래를 주면 세상이 더 나아지겠냐고. 지금까지 이들이 너에게 고통 이외에 무엇을 주었느냐고. 여왕은 어깨에 박힌 칼을 뽑아 그에게 내밀며 확신이 생기면 자신의 심장을 찌르라고 말합니다. 차승원은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왕의 말이 맞습니다.

그 순간 차승원을 돕기 위해 수많은 반군들이 처소로 달려옵니다. 그들은 전도연 여왕의 심장에 칼을 들이댄 차승원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공효진의 칼과 창에 찔려 죽어가면서 차승원에게 여왕을 찌르라고 외칩니다. 차승원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다 칼을 떨굽니다.

전도연 여왕은 공효진 보디가드의 호위를 받으며 시체들이 굴러다니는 처소에서 나옵니다. 백성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여왕은 제단으로 올라갑니다. 도사의 심장을 꺼내 제물들 위에 올려놓고 여왕이 주문을 외우는 동안 월식이 시작됩니다. 여왕은 처음엔 제례에 충실한 엄숙한 기도문을 외우지만 서서히 그 기도문은 경박한 일상어로 구성된 조롱과 야유로 바뀝니다. 월식이 절정에 도달해 달이 빨갛게 변하자 갑자기 사람들은 비명을 지릅니다. 지금까지 죽은 사람들의 피를 먹고 피둥피둥 살이 찐 그들의 눈과 귀와 입에서 검은 피가 터져 나옵니다. 땅은 갈라지고 그 안에서 아름다운 러브크래프트 괴물들이 기어나옵니다.

24시간이 흐르자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이 죽습니다. 급속도로 부패된 시체들은 새로 세상에 나온 붉은 식물들에게 거름이 되어줍니다. 이제 쓸모가 없어진 공효진 보디가드 역시 그 거름의 일부입니다. 여기서 살아남은 건 여왕 뿐입니다. 여전히 전도연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여왕은 예쁘게 웃으면서 신세계의 폐허를 걷고 있습니다. 땅에는 장동건의 목이 굴러다니고 있고 여왕의 왼손에는 새 장난감인 차승원의 목이 들려있습니다. (0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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