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이고 장르는 호러 맞습니다만 하이틴 코미디를 바탕에 깐 호러죠. 스포일러... 랄 게 없는 영화지만 어쨌거나 결말의 디테일은 적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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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해서 호러라고 주장은 하지만 그냥 딱 봐도 코미디인 것... ㅋㅋㅋ)



 - 전형적인 B급 고딩 호러 무비의 도입부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시작합니다. 부모가 어디 놀러간 집에 남녀 고딩이 2:2로 모여서 술 퍼마시며 불건전한 대화와 불건전한 행위를 하다가 가면 살인마에게 싹쓸이 끔살을 당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살인마는 집주인이 수집해 놓은 골동품 중 어떤 마법이 깃든 칼에 홀려서 그 칼을 모시고 사라지고...

 장면이 바뀌면 이제 우리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금발 미인 여고생이지만 막 그렇게까지 눈에 띄는 미인까지는 아닌 데다가 성격도 좀 칙칙하고 (착하고 귀여운데 애가 자존감이 좀 남다르게 떨어져요) 집안 사정이 매우 별로라서 못돼먹은 동급생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호구 캐릭터에요. 그나마 든든한 친구 둘이 있어서 근근히 버티며 살고 있죠. 그리고...

 네 뭐 중간 생략하고, 가면 쓴 살인마가 주인공을 그 마법 걸린 칼로 찌릅니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의 홍보 포인트였던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거구의 연쇄 살인마와 몸이 바뀌어버린 여고생!! 24시간 안에 수습하지 않으면 영원히 이 몸으로 살아야한다!!! 과연 주인공의 운명은!!!? 하나도 안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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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키미노, 나마에와!!!)



 - 첫번째 인상은, 영화가 되게 솔직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딱히 뭐 특별한 게 있어 보이려는 의지 같은 것 없이 투박해 보일 정도로 본연의 컨셉에 집중한달까요. 


 예를 들어 도입부의 학살 장면은 진짜 순수한 클리셰 덩어리죠. 특별할 거나 신선할 게 아무 것도 없는데... 뭘 더 해보려고 노력도 안 합니다. 좀 대충 연출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ㅋㅋ 어차피 도입부이고 별로 중요한 부분도 아니어서 그냥 참신한 고어에만 신경을 쓴 느낌이구요. (그 결과 이 도입부는 본편에 비해 고어도가 꽤 높습니다.)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들이나 장면들도 그래요. 신장 196cm에 등빨도 산더미 같은 50대 남자 빈스 본 아저씨가 깜찍한 여고생 몸짓이나 표정을 따라하면서 웃겨주겠다! 그리고 정반대로 조그만 체구의 소심 여고생이 살인마의 영혼 덕에 섹시 연쇄 살인마로 변신, 활약하는 재미난 구경을 시켜주겠다!! 라는 영화의 핵심 컨셉에 매우매우 충실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둘 다 상당히 오버액팅을 해요. '웃기는 장면이다 웃어라!!!' 라는 감독과 배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기분...


 뭐 그런 식으로 시종일관 '컨셉에 충실'하게 진행되는 솔직한 영화입니다. 특히 그 코미디 파트는 넘나 진솔해서 좀 구식 느낌이 들고, 그래서 오히려 신선한 기분까지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대놓고 웃어라 웃어라 웃으라고!!!!! 라고 외치는 연기들이 나오는 영화를 본지 오래돼서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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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거 보러 오신 거 맞죠?)



 - 근데 그러는 가운데 각본이 은근히 좋습니다. 


 일단 주인공네 세 여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아침 식사 장면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냥 평범한 인물 소개용 식사 장면인데. 참 흔한 식사 장면 대사들을 치며 흔한 식사 장면 리액션을 보여주는 가운데 순식간에 세 명의 캐릭터 설명이 끝나 버려요. 직업, 성격, 관계까지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 그냥 스쳐가는 듯한 대사, 행동 하나하나에 다 정보가 담겨져 있어서 꽤 신경써서 각본을 썼나 보다... 라는 좋은 인상을 받았고. 그게 이후로도 계속 비슷하게 갑니다.

 

 중심 사건을 다루고 전개 시켜 나가는 태도도 그렇습니다.

 영혼 체인지류의 코미디 영화인데 둘 중 하나를 연쇄 살인마로 설정해서 호러를 가미했다... 로 그냥 끝이 아니라 그걸로 다른 이야기를 끌어 내죠. 그러니까 결국 이건 우리 소심 여주님의 성장극이자 소원 성취극입니다. 결국 주인공의 몸 속에 들어간 살인마는 자꾸만 자길 건드리는 사람들을 최우선 살인 목표로 삼게 되는데, 그게 결국 주인공을 괴롭히던 얄밉고 재수 없는 녀석들이거든요. 그리고 이게 영화의 톤과도 잘 맞아요. 연쇄 살인을 갖고 코미디를 한다면 아무래도 보면서 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죽어 나가는 놈들이 대부분 꼴 보기 싫은 악당들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지죠. 여전히 살인은 좀 너무 나간 얘기임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부담은 확실히 덜어지니까요.

 또 그 와중에 그 살인마가 가장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자주 부딪히는 대상이 주인공의 친구와 가족들이기 때문에 스릴과 서스펜스도 생각보다 강하구요. 얼핏 보기엔 단순해 보여도 그걸 꽤 성의 있고 영리하게 구현해 놓았어요. 좋은 시나리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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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거 보러 오신 거 맞죠? 2)



 - 배우들도 잘 해요. 아까 '노골적으로 웃기려 든다'고 했지만 그 결과가 실제로 웃기면 그게 뭐가 문제겠습니까. 그리고 빈스 본이 뭐 우주 최강 연기파 배우 이런 건 아닐 수 있어도 이 분의 코미디 연기는 클래스를 인정 받는 레벨이니까요. 단순하고 노골적이지만, 어쨌든 웃깁니다. 

 여주인공 역할 배우도 괜찮아요. 일단 초반에 짧은 시간 보여주는 소심녀 캐릭터가 은근 설득력이 있어서 이후에 살인마 모드로 변신한 후에 보여주는 과장된 모습들에 임팩트가 생기구요. 또 그 덕택에 종종 어색한 느낌이 들어도 괜찮습니다. 소심함이 몸에 새겨졌나 보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더 웃깁니... ㅋㅋㅋㅋ

 그리고 조연들은 뭐... 그냥 적절합니다. 원래 이런 영화의 조연들은 연기력보다 캐스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적절한 이미지의 적절한 외모를 가진 배우들로 적절하게 캐스팅 된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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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딱 봐도 캐릭터가 보이는 매우 직관적인 친구들)



 -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네, 좀 투박한 느낌이 자주 든다는 겁니다.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들은 정말 그럴싸하게 훌륭한데요. '버릴 것은 그냥 화끈하게 버리고 간다!'는 연출 철학(?)을 갖고 만들었는지 대충 넘어가는 부분들은 지인짜 대충 넘어가요.

 그 마법칼의 설정이나 그걸 사용하는 장면의 연출처럼 시각적으로 투박한 것도 있고, 마지막 에필로그의 전개처럼 개연성을 걍 무신경하게 내다 버리고 가는 부분들도 꽤 많구요.

 재밌게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호러 영화들 대비 매끈한 느낌은 덜합니다. 뭐 그 반대 급부로 재미를 얻었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 '반대 급부'가 존재했어야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면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네요.

 


 - 대충 제 결론은 그렇습니다.

 우주 명작도 아니고 완전히 신박한 느낌의 영화도 아니구요. 종종 지나치게 우직하고 투박하단 느낌도 들고 그래요.

 하지만 골백번씩 변주되었던 흔한 아이디어를 성실하게 탐구해서 이야기 꺼리를 잘 뽑아냈구요.

 그걸 또 배우들이나 연출이 잘 받쳐준 덕에 전체적인 재미는 상당합니다. 네, '재미'요. 전반적인 '완성도'를 그렇게 높게 평가해주긴 좀 그래요. 왜냐면 영화의 상당 부분이 그냥 설정의 단점과 한계들을 쏘쿨하게 인정하면서 애초부터 훌륭하기를 포기한 느낌이라... ㅋㅋㅋ

 그러니까 재밌지만 덜컹거리는 부분들이 적지 않은 울퉁불퉁한 영화이고, 뒤집어 말하면 좀 부족한 곳은 있어도 자기가 주력하는 부분에선 충분한 재미를 뽑아주는 영화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결국 시간 죽이기용 코믹 호러물 이상은 아니었지만 그 시간을 상당히 알차게 죽여주는 괜찮은 팝콘 무비였습니다. 잘 봤어요.




 + 듀나님께선 리뷰에서 '백 투 더 퓨쳐'와 비슷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 납득이 됩니다. 이야기의 디테일이 닮은 게 아니라 그냥 '같은 류의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닮았죠. 

 그리고 전 막판에 '페이스 오프'도 생각이 나더군요. 핵심 아이디어가 비슷하죠. 서로 죽고 죽이려는 애들이 서로 얼굴 바꿔달고 난리부르스를 추는. 그러다 악역의 얼굴에 정들고 오히려 주인공의 얼굴이 악당처럼 보이게 되는 전개까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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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body calls me chicken!!! ...같은 대사는 안 나옵니다. 당연히.)



 ++ 올레티비 호구들에게 주는 티비 포인트가 있길래 유료의 압박을 이겨내고 봤습니다만.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노바디'나 '리스타트'를 먼저 볼 걸 그랬죠. 이제 포인트 몇 백원 밖에 안 남았고 두 영화 다 보고픈데... 흠. 암튼 그 순간에 떠오른 게 이 영화였고 이것도 재밌게 봤으니 된 걸로.



 +++ 속편이 나올 수 있을까요? 결말을 두고 생각해보면 뭐 가능은 하겠죠. '해피 데스 데이' 같은 영화도 속편 만들고 이제 3편까지 만들 거라잖아요. 근데 이건 속편을 만들면 그리 재밌을 것 같진 않네요. '해피 데스 데이' 처럼 새로운 룰을 도입할만한 그럴싸한 핑계가 떠오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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