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4 21:30
출연: William L. Petersen, Marg Helgenberger, Gary Dourdan, George Eads, Jorja Fox, Paul Guilfoyle, Robert David Hall, Eric Szmanda
제리 브룩하이머의 새 텔레비전 시리즈 [C.S.I.]는 라스베가스를 무대로 한 수사물입니다. 하지만 브룩하이머의 이전 작품 경향에 맞추어 이 작품의 성격을 추측하는 사람들은 조금 당황하게 될 겁니다. 이 시리즈에는 자동차 추적전이나 총격전과 같은 마쵸 액션 따위는 없습니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폭력 행사와는 거의 상관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들은 과학 수사 연구원들입니다. 그들의 무기는 총이 아니라 지문 채취용 스프레이입니다.
그렇게까지 당황할 건 없습니다. 우선 아무리 브룩하이머가 총제작자라고 해도 늘 그 사람 개성만 발휘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소재 선택에서 브룩하이머의 개성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도 못하겠어요. 그는 늘 전문가 집단에 매료되어 왔으니까요. 그의 영화들에서 그런 전문성은 대부분 주인공의 남성성을 강조하는 데 쓰였지만 말입니다. 폭력성은 많이 줄었지만, [C.S.I.]는 여전히 제리 브룩하이머 같은 남자를 만족시킬만한 장난감들을 잔뜩 가지고 있습니다. 전투기나 잠수함처럼 덩치 큰 기계는 아니지만 지문 채취용 스프레이나 혈액 검출액도 나름대로 폼나잖아요?
설정은 간단합니다. 라스베가스나 그 부근에 범죄가 일어나면 다섯 명의 C.S.I. (Crime Scene Investigation) 요원들이 투입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거죠. 보통 한 에피소드가 두 개나 세 개의 사건을 동시에 다루지만 큰 사건이면 전 요원들이 하나에만 매달릴 때도 있습니다. 요원들은 도박벽이나 형편없는 전남편과 같은 개인적인 문제에 시달리기도 하고, 사건 해결 도중 아는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하며, 가끔 연애도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역시 과학수사입니다.
이들의 리더인 길 그리섬의 지휘 아래 C.S.I. 요원들이 뛰기 시작하면 시청자들에게 전혀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어떻게 보면 이 시리즈는 사건 하나하나마다 시청각 교육을 해준다고 할 수도 있죠. 지금까지 관심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건조한 문자 매체를 통해 접했을 법과학의 다양한 면들이 생생한 특수 효과를 통해 살아납니다.
백 년 전이었다면 이들은 손다이크 박사와 같은 추리 소설의 명탐정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 세상은 변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명탐정의 영역이었던 것이 잘 훈련받은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이죠.
그러나 이 작품은 여전히 프리먼의 소설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C.S.I.]가 추구하는 것은 단서를 쫓아 연결해 진상을 밝혀내는 지적인 작업이지, [NYPD 블루]처럼 주인공들의 사실적인 삶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길 그리섬은 구식 추리 소설에 나오는 괴짜 명탐정처럼 보이기도 해요. [C.S.I.]라는 시리즈에 차별성을 부여하는 것도 이런 순수한 추리소설적인 측면이고요.
[C.S.I.]는 아직 시리즈의 성격을 찾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1시즌 초기를 보면 주인공들의 사생활이 지금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묘사될 예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워릭의 도박벽과 같은 건 시즌 중반까지 살아남기도 했지요. 초기엔 다소 거칠었던 과학 수사 묘사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노련해지고 있습니다. [C.S.I.]는 아직 발전할 여지가 많은 시리즈입니다. (01/10/31)
기타등등
OCN 방영 당시 에피소드 몇 개가 순서가 뒤섞인 채 방영되었습니다. OCN측에서는 방영 순서를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순서가 맞지 않는다는 건 에피소드 가이드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만큼 분명했어요. 재방송 때라도 수정되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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