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 (2007)

2010.03.21 07:07

DJUNA 조회 수:9969

각본: 이영철, 방봉원, 송재정, 이소정, 최정현 연출: 김병욱, 김영기, 김창동 출연: 이순재, 나문희, 박해미, 정준하, 김혜성, 정일우, 최민용, 신지, 서민정, 박민영, 김범, 이수나, 홍순창, 황찬성, 나혜미

1.

[똑바로 살아라] 이후로 김병욱 시트콤은 피할 수 없는 벽에 부딪혔습니다. 몇 년 동안 비슷비슷한 설정의 가족 시트콤을 세 편이나 만들었으니 소재와 이야기의 바닥이 드러나는 건 당연했죠. SBS에서 만들어진 마지막 김병욱 시트콤인 [귀엽거나 미치거나]도 관습화된 미니시리즈의 패러디를 통해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였습니다.

[귀엽거나 미치거나]와는 달리, 김병욱의 첫 MBC 시트콤인 [거침없이 하이킥]은 전형적인 김병욱 대가족 코미디처럼 보였습니다. 한의사인 가부장을 중심으로 모인 가족구성원들의 소동을 그리는 시트콤이니 여기까지는 특별히 다를 게 전혀 없었죠.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스타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김병욱 시트콤은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끄집어내 그 모양을 크게 바꾸지 않고 과장해 캐리커처화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하이킥]은 장르적인 관습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가장 노골적인 부분은 '개성댁 미스터리'로 대표되는 추리물 스토리라인이었죠. 하이킥의 인물들은 얼핏보기엔 평범해보이지만 하찮은 조연들까지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 허풍스럽고 호흡이 긴 환상세계였습니다.

적어도 그게 제작 초기의 의도였습니다.

2.

[하이킥]에 대한 미신 중 하나는 이 시리즈가 비교적 빨리 본 궤도에 도달했다는 것인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낮은 시청률을 지적하는 게 아니에요. 그건 모두가 예상했던 것이니까요. [하이킥]의 초기 에피소드들은 빨리 성장한 게 아니라 그냥 신경질적이었습니다. 필사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시청자들을 자극하기 위해 정말 뭐든지 했죠. 김병욱 코미디는 원래부터 화장실 코미디로 유명했지만 대변이 나레이터로 등장하는 아이디어까지 나온 걸 보면 당시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하여간 이들이 캐릭터를 가지고 놀고 설정을 살릴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획득하는 데엔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거의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본론으로 들어갔던 [똑바로 살아라]와는 여러모로 비교가 되지요.

그 안정화의 과정은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도입부에 대담하게 시작했던 과장된 추리물의 세계를 은근슬쩍 묻어버리고 익숙한 가족 시트콤의 세계로 돌아온 것이죠. 절정기였던 초중반의 [하이킥]은 그냥 [똑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 원래부터 예측가능했습니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와 [똑바로 살아라] 때에도 그랬거든요. [웬만해선]은 원래 직장 시트콤의 설정을 갖고 있었고, [똑바로 살아라]도 노주현의 배우 경력을 훨씬 깊게 다룰 예정이었지만 초중반을 넘어가는 순간 다들 그냥 가족 시트콤이 되어버렸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난 겁니다. 문제가 있다면 [하이킥]이 일을 전보다 훨씬 크게 벌려서 그 빈틈이 유달리 커 보였다는 것입니다.

3.

전 이전까지 김병욱 시트콤에서 두 개는 믿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추리물이었고 다른 하나는 로맨스였죠. 슬프게도 [하이킥] 이후로는 그런 말을 차마 못하겠습니다. [하이킥]에서 가장 나빴던 게 추리와 멜로였어요.

추리물에서는 작가들의 장르 한계가 보였습니다. 김병욱 시트콤의 작가들은 현실적인 단막 추리물에는 능했어요. 디테일을 보는 능력이 있었고 잔머리가 잘 굴러갔으니까요. 하지만 살인사건과 같은 큰 범죄를 다루는 호흡이 긴 이야기에는 약했습니다. 살인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었고 (심지어 요샌 초등학생들도 다 알고 있는 DNA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었습니다) 장르 관습에 대한 지식도 하찮았죠. 그런데도 시리즈는 작가들에게 능력을 넘어서는 요구를 했습니다. 해답이 없는 미스터리를 먼저 던져놓고 조금씩 해답을 만들어내다가 시리즈가 끝날 무렵에 완성하는 것이죠. 이건 굉장히 매력적인 게임이지만 정말 잘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이런 설정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거장인 데이빗 린치도 완벽한 성공작을 낸 적은 없지요.

여기엔 심각한 계산 착오도 있었습니다. [하이킥]엔 미스터리는 있었지만 추리와 행동의 주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탐정이 없었지요. 이형사가 직업상 수사를 좀 했고, 윤호가 탐정 흉내를 내긴 했지만 그들 중 정말 제대로 된 추리를 하거나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매달린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시리즈 막판에서는 미스터리를 담당할 캐릭터가 아무도 없어서 근처 아무 사람들이나 징병하듯 불러와야 할 정도였지요. 미스터리가 있어도 탐정이 없으니 당연히 추리물의 설정은 가족 시트콤에서 분리되었고 작가들은 익숙한 후자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전자는 그냥 필요할 때만 억지로 다루었고요. 특히 미스터리가 마무리지어지는 후반부에서는 하기 싫은 숙제를 억지로 하는 티가 너무 났어요. 더 슬픈 일은 이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동안 충분히 잘 할 수 있었던 단막극 추리물은 시작도 할 수 없었다는 거죠.

멜로드라마는 어땠을까요? 호흡 긴 추리물과는 달리 적어도 작가들이 어휘를 다루는 방법은 알고 있었던 영역인데?

여기엔 좋은 에피소드들도 있었습니다. 문희와 순재의 다소 냉랭한 결혼생활 뒤에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러브 스토리의 파편들이 숨겨져 있었죠. 비교적 덜 주목을 받았지만 유미와 민호의 관계 역시 상당히 깊이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머리가 좋고 이기적이지만 생각이 짧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많이 고민하는 남자아이의 머릿속이 아주 상세하게 그려졌지요. 심지어 후반에나 간신히 등장한 유간에 대한 박간의 짝사랑도 짧지만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하이킥]에서 무슨 무슨 라인을 내세우며 온라인 난투극을 일으켰던 주 스토리들은 완전히 엉망이었습니다. 전 지금 신지-민용, 민정-민용, 민정-윤호 러브 스토리들을 말하는 겁니다.

잠시 원론으로 돌아갑시다. 지금까지 김병욱 시트콤이 그리는 러브스토리들이 매력적이었던 건 캐릭터들과 그들의 관계를 다루는 묘사가 지극히 사실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그들이 단순히 '일상을 깊이 팠다'로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상성이 아니라 감정의 사실주의입니다. 당시 작가들은 자신이 만든 캐릭터들에 공감하면서도 그들의 그 장단점에 대해서는 매정할 정도로 객관적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메스로 긋는 것처럼 날카로운 심리묘사와 절실한 로맨스가 결합된 코미디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거죠.

위에서 언급한 '러브라인'들이 나빴던 건 그들의 이야기가 일상에서 멀어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런 황당하거나 관습적인 설정 속에서도 마땅히 유지해야 했던 심리적인 사실주의와 그 기반이 되는 객관적인 태도가 날아가버렸기 때문이죠. 특히 민정과 윤호 이야기는 최악이었습니다. 작가들은 감동에 겨워 요란한 이야기를 끌어가긴 했는데, 그건 시작부터 썩어버린 관습의 다발에 불과했지요. 그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발동을 건 뒤로는 드라마의 기반이 되어야 할 객관성이란 약에 쓰려고 해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오해를 하나 정리하기로 하겠습니다. [하이킥] 러브라인들이 실패한 건 그들이 코미디에서 분리되어 긴 호흡의 멜로드라마로 따로 놀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물론 시트콤에서 그러면 안 되지요. 하지만 그 분리된 멜로드라마가 좋은 것이었다면 시트콤 안에서도 좋은 멜로드라마로 남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코미디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그냥 나쁜 멜로드라마들이었습니다. 뱅뱅 도는 말 같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제대로 된 코미디를 끌어낼 수 없었던 것이죠. 얄팍한 관습의 반복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코미디에 필수적인 다층의 겹이 생성될 수 없었던 겁니다.

물론 전형적인 관습들을 즐기는 수요자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할리퀸 로맨스 시장이 있는 거죠. 하지만 [하이킥]은 이보단 나아야 했습니다. 우리가 김병욱 시트콤에서까지 이런 걸 봐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답니까? 전 정말로 작가들에게 심각하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정말로 여기에 만족했던 겁니까?

4.

지금까지 김병욱 시트콤의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들이 모두 페미니즘의 선두 주자였다는 게 아니라, 동시대 여성들의 입장과 갈등, 주변 압력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었으며 그들의 욕망과 의지가 드라마의 관습에 의해 무시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상대적으로 여자들이 많은 가족을 등장시키면서 그럴 수 있는 무대가 넓어지기도 했어요.

이전보다 수가 적긴 했지만, [하이킥]에도 좋은 여성 캐릭터들은 있었습니다. 박해미처럼 멋진 괴물도 있었고 나문희처럼 근사하게 묘사된 시어머니도 있었지요. 그들의 갈등 묘사도 훌륭했고요. 처음에는 심심했고 후반부에서는 일관성을 잃었지만 중반 이후엔 유미 캐릭터도 힘이 꽤 셌습니다. 심지어 후반부에 등장해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혜미 캐릭터도 충분한 가능성을 품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러브라인이었습니다. 워낙 이야기가 나쁘다보니 러브라인들과 깊이 관련된 여성 캐릭터들이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이죠.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건 러브라인이 시작되기 전엔 반짝반짝 빛나는 코미디 캐릭터였던 서민정이었겠지만요. 만약 서민정의 개인의 이미지나 [하이킥] 초반부의 에피소드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이 시리즈의 중반 이후를 보여주었다면 그 사람은 서민정을 무척 불쾌하고 지루한 인물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후반의 서민정은 고루하고 생각없고 의지나 자존심은 거의 찾을 수가 없는 수동적인 물건이었습니다.

그건 나름대로 일탈적인 존재로 그려지며 시청자들을 자극하려 했던 캐릭터인 신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들이 그나마 고유의 성격과 의지를 가진 인물로 살아움직였던 건 러브라인에서 분리된 몇 안 되는 에피소드들에서였죠. 처음엔 민정-윤호의 러브라인을 자극하기 위해 등장했지만 오히려 유미와 더 죽이 잘 맞았던 나혜미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이건 엄청난 퇴보였죠. 지금까지 김병욱 시트콤에서 로맨스는 캐릭터 구축의 장애가 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죠. [똑살]에서 리나와 재환의 캐릭터는 그들의 로맨스 안에서 더 빛이 났지요.

지금까지 여성 캐릭터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남성 캐릭터들도 심각했습니다. 온갖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꾸려왔던 윤호 캐릭터가 완전히 망가진 건 러브라인이 본격적으로 떠오른 뒤였습니다. 팬들이 보기엔 윤호의 전성시대 쯤으로 보였겠지만 사실 정반대입니다. 의심나신다면 유명한 '해자존니' 에피소드부터 나혜미 캐릭터 등장 사이에 윤호 캐릭터가 주인공을 맡은 에피소드의 수와 내용을 확인해보고 이전과 양과 질을 비교해보시길. 그 사이에 윤호 캐릭터는 고정된 러브라인의 기능성 도구 역할 이외엔 거의 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 후에도 '해자존니' 이전의 생명력을 되찾은 적은 없었고요. 가끔 젊은 시절 유행했던 노래 가락을 흥얼거리는 노인네처럼 '초딩윤호'의 말버릇을 흉내낼 뿐이었지요.

신지와 민정 사이에서 로맨스의 주축을 이루었던 이민용도 로맨스가 본격적이 되면서 캐릭터가 분열했습니다. 날카롭고 재미있었던 건 해미와 두뇌 대결을 벌이는 쪽이었고, 고루하고 따분했던 건 로맨스를 담당한 쪽이었죠. 오히려 중반부터는 태도가 분명치 않았고 갈등이 전형화되지 않은 '유미뇽' 라인 쪽이 더 생기발랄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미스터리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느끼해져버렸죠.

러브라인과 관련된 여성 캐릭터들의 문제가 수동적이고 맥이 빠져 있는 것이었다면, 남성 캐릭터들의 문제는 철저하게 대상화된 인형으로 머물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스테레오 타입화된 판타지에서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이 문제점들은 타협없이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었습니다. 그건 그들보다 훨씬 성공적인 김범 캐릭터를 보면 알 수 있죠. 전 '범민라인'을 동성애 로맨스로 볼 생각은 없습니다. 네, 그건 기껏해야 적당히 시청자들의 변죽을 울리는 야오이 판타지에 불과했죠. 하지만 적어도 로맨스의 형식은 갖추고 있는 이 라인 안에서 김범 캐릭터는 훨씬 생기발랄했습니다. 그건 작가들이 이 캐릭터를 다루는 데 불필요한 예의를 차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김범은 체면 차리지 않고 뭐든지 했고 그것이 실제 세계에서는 울면서 전학갈 수밖에 없는 궁극의 굴욕이라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바로 이 시리즈가 제목에서 외쳐댔던 '하이킥' 정신과 가장 일치했지요. 다른 [하이킥]의 러브라인들은 게을러 빠진 로우킥에 불과했습니다.

5.

[하이킥]에서 김병욱 팀이 극복해야 했던 가장 심각한 핸디캡은 경쟁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바로 시청자들이었습니다. [하이킥]은 소위 UCC 시대의 최초의 히트작으로 알려져 있죠.

[순풍 산부인과] 시절이나 [똑살] 시절에도 인터넷은 있었고 게시판을 통한 의사전달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이킥] 시절만큼 인터넷 사용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엄청한 힘을 가지고 다가왔던 적은 없었죠. 그들은 주인공들에게 별명을 붙여주었고 원본 소스를 가지고 온갖 멀티미디어 장난감들을 생산해냈습니다. 작가들은 그 열광적인 반응에 흥분해 이들을 적극 수용했고, 이전 김병욱 코미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상호작용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현상은 한동안 꽤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자 장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작가들이 인터넷의 반응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보니 오히려 시리즈의 유머, 캐릭터, 스토리가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죠.

이런 성향의 첫 번째 희생자는 신지 캐릭터였습니다. 신지는 원래부터 문제가 좀 있는 캐릭터였어요. 하지만 그래도 자기만의 에너지와 목적 의식이 분명한 사람이고 그런 성격은 스토리 구성에 필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악플 공습에 시달리자, 작가들은 정면 대응하는 대신 캐릭터에 대한 수동적인 변명만 늘어놓았습니다. 그 결과 이 캐릭터는 살얼음 위를 기어가는 것처럼 조심스럽게만 움직였고 그 결과 시리즈 전체를 통해 정말 아무 것도 못했죠. 이건 심각했습니다. 신지 캐릭터는 [연애시대]를 벤치마킹한 러브라인을 구축하기 위해선 필수적이었기 때문이죠. 스토리의 붕괴는 자연스러웠던 겁니다.

그 뒤에 이어진 러브라인들과 관련된 소동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인터넷 팬들의 반응은 드라마나 시트콤보다는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영국 축구팬에 가까웠습니다. 그들은 스토리의 흐름이나 감정의 진실성 따위에는 처음부터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 팀이 이기느냐'였죠. 팀이 이기기만 하면 그 과정이 어떻건 상관없었어요. 물론 우리 팀의 승리를 방해하는 건 몽땅 적이었고요. 지금도 과거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보면 그 때 분위기가 어땠는지 알 수 있지요.

이런 히스테리컬한 반응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당히 무덤덤해지는 것입니다. 이미 여기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논스톱]팀이었다면 훨씬 여유있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 같군요. 적당히 말을 들어주는 척 하면서 자기네들 멋대로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이 처음이었던 김병욱 팀은 악수만 골라서 두었습니다. 팬들의 반응에 흥분해서 무작정 그 방향으로 따라갔고, 그러면서도 그들의 그런 짓이 짜증나서 게시판에 불평하는 글들을 올렸죠. 이러니 작가와 PD의 반응에 분노한 예민해진 팬들이 달아올라 욕을 퍼부으며 악순환은 계속되는 거죠. 그러는 동안 캐릭터들과 스토리는 정체되고요.

6.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하이킥]은 7시 시간대의 전작인 [레인보우 로망스]와 가장 비슷했습니다. [레인보우 로망스]는 대학 청춘 시트콤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걸 하려고 시도하다가 곧 원래의 [논스톱] 공식에 주저앉은 작품이었죠. [하이킥]도 똑같습니다. 추리물과 장황한 멜로라인으로 새로운 뭔가를 넣어주려 했지만, 제대로 성공한 건 [순풍 산부인과] 이후 몇 년 동안 꾸준히 반복해 왔던 가족 시트콤의 공식이었죠. 아직도 그렇게 재료가 남아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뉴스는 아닙니다. 그 공식 안에서 [하이킥]의 자기 복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했고 새로 한 시도들 중 성공한 건 거의 없었으니까요. 단 하나 새로 개발해 성공한 게 있다면 인터넷에서 히스테리를 불러일으키는 테크닉이었겠죠. 그게 장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시청률엔 도움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김병욱이 다시 [순풍 산부인과]와 [똑바로 살아라]의 세계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겁니다. 그곳은 이미 말라붙을 대로 말라붙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앞으로 어디로 가게 될지는 전 정말 모르겠군요. 적어도 [하이킥]은 그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끝났습니다. (07/07/30)

기타등등

앞으로도 일일 시트콤이라는 형식을 고수할 필요가 있을까요? 전에도 [논스톱] 시간대의 하루나 이틀 정도를 다른 시트콤에 할애하려는 기획이 떠올랐다가 실현되기 전에 주저앉은 적 있었죠. 그걸 다시 한 번 살려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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