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는 세상 (2008)

2010.03.21 21:54

DJUNA 조회 수:7973

각본: 노희경 연출: 표민수, 김규태 출연: 송혜교, 현빈, 엄기준, 김갑수, 이다인, 판유걸, 서효림, 김창완, 배종옥, 김여진, 이준혁, 차수연, 윤여정, 최다니엘

0. 

아, 원래는 이렇게 심술궂은 글을 쓸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이게 이 드라마에 대한 제 감정과 완전히 일치하지도 않고. 하지만 글이 흐르는 방향을 제가 억지로 막을 수도 없는 법. 이 드라마에 대한 보다 진지하고 호의적인 글을 읽고 싶으신 분들은 10 매거진으로 가시길.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전 그 글들에 대해 특별히 이의를 제기할 생각도 없습니다.

1. 

전 [그들이 사는 세상]을 노희경의 이전 드라마의 연속선상에 놓고 평가할 자격이 없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엔, [꽃보다 아름다워]의 몇몇 에피소드와 [슬픈 유혹]의 일부를 본 게 전부니까요. 그 때문에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는 동안에도 베테랑 시청자들을 통해 꾸준히 정보를 따라잡아야 했지요. 이 드라마엔 전작에 대한 농담이나 인용이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제 관점이 아주 무의미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연속적인 관점에서 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선입견에서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이 역시 희망을 잔뜩 담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지만.

2. 

형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군요. 이 시리즈는 앙상블 캐스트를 다룬 16부작입니다. 이야기는 단편적이고 기둥 줄거리 역시 끝없이 이어지는 이들 일상의 일부분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연속적인 드라마를 다루는 미니 시리즈보다는 미국식 시즌 드라마에 더 어울리는 이야기지요. 실제로 이 드라마가 노골적으로 ‘미드’의 형식을 인용했다는 증거는 이곳저곳에서 발견됩니다.

그래서 전 생각을 해봅니다. 이것이 과연 미니 시리즈라는 형식에 맞는가. 작가가 과연 16부작을 시작할 때부터 끝내놓고 시작할 필요가 있었는가. 한국식 미니 시리즈와 미국식 시즌 드라마는 성격부터 전혀 다른 종자가 아니겠습니까? 전자는 단선적인 스토리라인과 분명한 기승전결을 요구합니다. 후자는 결말이 열려있는 느슨한 상황 속에서 캐릭터들이 어떻게 성장하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이야기와 캐릭터 발전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열어둔 상태에서 긴 시간 동안 느긋하게 끌어가야 가장 효과적으로 살아나는 종류입니다. 그런데 이걸 16부작 완작의 형식으로 다룬다면 오히려 캐릭터와 시청자들을 가두게 되지요. 미니 시리즈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에 맞출 수도 없고 중간에 방향 전환도 어려우니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진화도 막는다는 말입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도 이 절충주의적인 태도는 드라마에 손해입니다. 뭔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3. 

내레이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드라마가 시작할 때부터 전 여기에 대해 계속 시비를 걸고 싶었습니다. 뭐, 여기에 대한 언급은 전에도 있었습니다. 특히 여기에서 [섹스 앤 더 시티]나 [그레이 아나토미]의 영향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죠. 맞는 말일 겁니다. 그렇다고 그게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맡는 캐릭터들은 일종의 특혜를 받는 셈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사와 행동으로밖에 자신을 보여줄 수 없지만, 이 캐릭터들은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직접 전달할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내레이터를 선정하는 것은 늘 중요한 작업입니다. 적어도 왜 그들이 그런 특혜를 받을만한 사람들인지를 설득해야 하지요.

그렇다고 해서 이들 캐릭터들이 늘 지혜롭거나 현명하기만 필요는 없습니다. 캐리 브래드쇼처럼 얄팍하고 형편없는 인간이면서도 내레이터로서 놀랄만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고, [황무지]의 홀리처럼 자신의 미성숙함을 그대로 노출시켜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끌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에서 내레이터를 맡고 있는 준영과 지오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좋은 교육을 받고 언어를 능숙하게 쓸 줄 아는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의 방송인들입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아주 설득력 높은 ‘명대사’를 만들어낼 줄 알고 그 실력을 내레이션을 통해 과시합니다. 그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은 그 내레이션이 정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믿어버리죠.

하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는 동안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무리 내레이션을 정교하게 꾸미는 재주를 가지고 있어도, 그들은 결국 정신적으로 미숙하고 이기적인 어린애들에 불과하지요. 여기서 가끔 재미있는 충돌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준영이 내레이션을 통해 교수인 아버지에 대해 감상적이고 들쩍지근한 회상을 늘어놓을 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얘, 조금만 있으면 곧 호되게 당하겠구나!’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준영은 아빠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지요.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이들의 내레이션은 일반론에서 출발해서 일반론으로 끝나요. 후반부의 내레이션이 중간 과정의 성찰을 담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건 내레이션이라는 도구의 한계죠. 도입부에서 보이스오버로 일반론을 늘어놓는 순간 그것은 의도하지 않은 부차적인 무게를 부여받고 심지어 말하는 사람 자신마저도 그걸 믿어버리는 거죠. 그 때문에 그 일반론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될 수밖에 없는 순간에서도 그걸 인정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성숙하는 대신 돌려막기라도 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변명용 내레이션을 추가합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캐리 브래드쇼보다는 홀리에 훨씬 더 가까운 사람들인데, 아무도 이걸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전 이들이 내레이션을 읊어댈 때보다 극중인물로서 대사를 늘어놓을 때가 더 좋았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지요. 물론 준영과 지오가 극중 캐릭터들의 동성애에 대해 지극히 나이브한 일반론을 옹알거리는 장면처럼 주둥이 닥치라고 외치고 싶었던 부분도 몇 번 있었지만, 적어도 그 부분에서 그들은 내레이션의 권위라는 방패막을 갖고 있지 않았으니 나름 페어플레이를 했다고 할 수 있겠죠.

4. 

[그들이 사는 세상]의 기획에 대해 제가 처음 들었을 때, 전 아주 사실적인 방송가의 뒷이야기를 상상했습니다. 당연히 전 이 세계의 정밀한 세부묘사도 기대했지요. 드라마는 기대만큼은 못했습니다. 적어도 이 드라마가 그리는 세상은 그렇게 ‘사실적’으로 보이지 않았죠. 등장인물들이 와이어 액션이 날아다니는 판타지 사극을 찍고 있는데, 정작 와이어를 맨 배우들은 보이지 않고 스턴트 더블 역시 구경하기 힘든 그런 곳이었습니다. 배우들이 경공술로 날아다니며 칼질을 하면 그걸 말없이 지켜보던 PD가 ‘컷!’을 외치는 그런 세상이었어요.

이렇게 말하는 건 사실 부당합니다. 이 시리즈에서 그려지는 드라마국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대부분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을 겁니다. 드라마를 통해 주어지는 정보들도 많았고요. 주인공들이 촬영지로 들어갔을 때, 드라마는 순전히 그 정보들의 연속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건 그냥 거짓말이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사는 세상]은 충분히 사실적이지 못했습니다. 이들의 세계에는 현실세계의 거친 느낌이 없었어요. 지오가 더럽다고 기겁하는 준영의 집을 보시죠. 상자에서 막 꺼낸 바비 인형 집처럼 티끌 하나 없습니다. 거기에 신다 벗은 양말 한 짝을 던진다고 해서 그 집이 더러워지는 건 아니죠. 각본이 사실적으로 묘사하려 노력하는 세계는 드라마 속에서 지나치게 깔끔하고 인공적으로 묘사되어 효과가 늘 반감되었습니다. 제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사람들은 팬시함과 쿨함을 동격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집착하고 있었어요.

이것은 세트나 세부 묘사의 문제만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각본만 해도 늘 충분히 갈 수 있었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보였으니 말이죠.

제가 하려는 말은 이렇습니다. 사회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 수 있는 거지만, 우린 언제나 절대로 상대하기 싫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이들 중 일부는 정직하게 노력하면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합니다. 입장을 바꾸어놓고 보면 그 ‘절대로 상대하기 싫은’ 사람이 자기 자신일 때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그 변명만으로 모든 걸 설명하기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시스템이 결코 깨끗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끔찍하고 그건 어느 입장에서 봐도 바뀌지 않지요. 그리고 시스템은 사회생활에서 절대로 탈출할 수 없는 어떤 것입니다. 특히 방송국이라는 곳이 그렇죠.

그 때문에 전 손규호 캐릭터에게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그가 시청자들에게 조직사회의 쓴 맛을 보여주는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죠. 아뿔싸, 기대가 어긋나도 그렇게 어긋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속물 가면을 뒤집어 쓴 순정파였습니다.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고 새로 사귄 여자 친구에게도 충실했으며 그 감정도 엄청 셌습니다. 결정적으로 그는 어마어마하게 실력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실제 세계에서는 쪽대본으로 당일치기를 하고 있는데, 그는 쪽대본으로 시작했으면서도 방영 몇 주 전에 촬영을 끝내놓고 종방 시청률 40 퍼센트를 달성했지요. 그는 여전히 제가 이 시리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지만 그건 그가 원래의 제 기대를 만족시켜 주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자기 일에 충실한 전문가이고, 아닌 척하면서도 은근히 청순가련형인 연애물 주인공이기 때문이지요. 실제 세계에서 손규호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천사 취급을 받았을 겁니다.

만약 [그들이 사는 세상]이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인물들을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했다면 저는 그 성숙함을 인정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사람들만 클럽처럼 받아들여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외가 있다면 나사 빠진 시한폭탄과 같은 양수경 정도일 텐데. 이 시리즈는 이 사람에게도 그냥 관대하기만 해요.

사람에 따라 이걸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를 겁니다. 전 그냥 이 모든 게 지나치게 편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작가의 전작들에 대해 보다 잘 알고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이런 기대를 처음부터 접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전 여전히 전문 세계를 묘사할 때는 우리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더러움과 추함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모르겠군요. 아마 이건 시스템 내부에서 시스템에 대한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한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5. 

사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드라마를 만드는 직업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그냥 드라마를 만드는 직업을 가진 보통 직장인들이었어요. 다른 시리즈에 나오는 사람들이 그렇듯, 그들도 드라마를 만들면서 자기 인생을 살았습니다. 시리즈는 종종 이들의 직업보다 그 바깥 세계에서 다루어지는 일상을 더 큰 비중으로 다루기도 했지요. 아니, 종종이 뭐예요. 이들의 인생, 특히 연애담은 늘 직장보다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심한 경우 드라마나 드라마를 만드는 행위는 이들의 배배 꼬인 개인사에 적절한 비유를 제공해주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죠.

결국 이 모든 건 캐릭터의 매력과 연결되는데, 과연 제가 이들을 충분히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종종 송혜교가 사정없이 귀여워 보이긴 했어도, 전 준영과 지오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건 이들의 묘사가 덜 사실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주의와 얄팍함, 자성의 부족이 심하게 제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좋은 캐릭터라기보다는 좋은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재료 쪽에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2,3시즌으로 이어지면서 개발하면 더 나아질 수 있었던. 오히려 전 손규호와 장해진의 이야기 쪽에 더 쉽게 몰입했는데, 그건 이들이 너무나도 전통적인 로맨스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니, 설정의 매력을 충분히 살렸다고 보기도 어렵죠. 후반부의 갈등과 이야기가 너무 손쉽게 만들어지고 풀린 것도 심심했고요. 아마 시리즈 전체를 통해 가장 그럴싸했던 커플은 윤영과 김민철 정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기서 자꾸 전 드라마의 형식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들은 암만 생각해도 16부작 미니 시리즈로 충분히 그려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같은 16회라고 해도 시즌 드라마의 개념으로 같은 양을 다루었다면 훨씬 깊어질 수 있었던 사람들이지요. 이들의 이야기는 8주 뒤에 다가올 이야기의 결말에 맞추어 다소 성급하게 재단된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그 결말이 ‘인생은 그래도 계속된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말이죠.

6. 

기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미드 이야기를 조금 더 하기로 하죠. 아니, 시즌제 드라마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드라마는 그밖에도 미드를 흉내 내고 있는 부분이 많아요. 도입부와 결말의 내레이션도 그렇고, 다소 무의미한 화면분할도 그렇고, 전문직 세계의 사람들을 다루는 방식도 그렇고...

역시 원론으로만 따진다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지요. 하지만 미드를 일종의 쿨함의 성배로 놓고 그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니 문제가 있는 거죠. 이 시리즈가 시도하는 형식 실험의 3분의 2는 주체적인 실험보다는 미드의 모방처럼 보입니다. 진짜로 실험을 하는 게 아니라 연예인들의 패션을 흉내 내는 동네 아이들처럼 ‘쿨함의 지향점’을 잡아놓고 베끼는 거죠.

이건 당연히 안 먹힙니다. 제가 몇 번 말했습니까. 쿨함이란 흉내내어 도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오히려 그 흉내가 노골적이면 더 촌스럽지요. 이 시리즈에서 가장 미드스러운 인물인 준영과 지오가 바로 그렇습니다. 얘들은 그냥 유치한 애들처럼 서로를 쪼아댈 때는 괜찮아요. 그거야 충분히 용납 가능한 인간적 단점이니까요. 하지만 같은 애들이 마치 자기네들이 한국 사회를 넘어선 멋스럽고 쿨한 무언가인 척 으쓱거릴 때는 정말 웃겨 죽을 지경이에요. 그리고 그 웃김이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아요. 너무 뻔한 거라.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나이가 들고 쿨함을 어느 정도 포기한 사람들일수록 쿨하고 재미있어요. 사람들이 젊을수록, 예술가인 척 할수록, 말이 많을수록 따분하더군요. 자기 것이 너무 적고 흉내가 너무 많기 때문일 겁니다.

흉내 문제가 아니더라도 의도한 ‘쿨’함을 깎아먹는 요소들은 많습니다. 가장 노골적인 건 바로 시리즈 전체를 장악하는 그 흉악스러운 음악이죠. ‘명품’과 ‘웰메이드’를 만들려 작정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유치찬란한 음악들은 그렇게 방치하는지 전 정말 모르겠단 말입니다. 제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한국 텔레비전 세계의 미스터리예요. 이 사람들도 귀가 있을 거고 뇌도 있을 텐데.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산 팝송모음집에서 골라낸 것처럼 진부한 삽입곡들과 너무나 바보 같아서 오히려 일종의 소격효과가 의심되는 코믹 효과 음악을 비웃을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안 해봤던 걸까요? 아니, 이건 정말 소격효과인지도 몰라요. “아무리 우리가 열심히 미드 흉내를 내도 따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라는 자괴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비굴할 필요까지야 있겠습니까. 그런 자괴감은 음악만 지워도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는 거죠. (08/12/23)

기타등등

1. 전 시리즈를 보는 동안 종종 양수경이 성희롱으로 회사에서 쫓겨나가는 걸 보고 말겠다고 고함을 질렀는데,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끝까지 어떤 처벌도 받지도 않고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더군요. 십중팔구 이 녀석은 분명 끝까지 시스템에 껌 찌꺼기처럼 달라붙어 못된 버릇만 배우며 방송국 밥을 축내다가 결국 윗대가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간들과 비슷하거나 더 저질스러운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남겠죠.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법. 케세라세라. (이게 드라마가 추구하는 사실주의의 결과라면 전 정말 할 말이 없군요.)

2. 전 지오의 눈병을 그렇게 가볍게 넘어가는 결말이 싫었습니다. 녹내장은 그렇게 심정적으로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병도 아니고... 근데 그 병이 정말 녹내장 맞나요?

3. 송혜교의 연기 논란은 불필요했다고 봅니다. 적어도 영리하지만 정신적으로 미숙한 어린애인 주준영의 캐릭터에는 딱이었어요. 특유의 땍땍거리는 발성도 캐릭터에 잘 맞는 편이었고. 아니 PD가 되면 특정한 성격에 종속되어야 한답니까. 이런 사람들도 있고, 저런 사람들도 있는 거지. 단지 경력을 생각하면 많이 어리긴 했죠.

4. 그런데 이런 건 있습니다. 아무리 준영의 동성애 수다가 나이브하고 원론적이라고 해도 [바람의 화원]의 끝도 없는 '예인' 타령에 비하면 준수했다는 거죠. 준영이 [바람의 화원]을 맡았어도 장태유보다 잘 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손규호의 구박을 1,2년 정도 받은 뒤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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